[사설]북-미, 대화 성사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미국 국무부는 2일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방미로 이뤄진 북-미 접촉을 “유용했다”고 평가했다. 이 국장은 지난달 23일부터 11일 동안 미국에 머물며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특사를 비롯한 미 정부와 학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이 국장과 김 특사의 만남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당국자 간 첫 접촉이었다. 미 국무부의 긍정적인 평가는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제기된 북-미 대화를 성사 단계로 판단하게 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에서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달 방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접촉으로 국제사회와 북한의 관계가 제재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어제 “8000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8월 말 끝냈으며 추출된 플루토늄의 핵무기화에도 주목할 만한 성과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은 하루 전에는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우리도 제 갈 길을 가면 될 것”이라며 미국을 협박했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미 대화를 핵군축 협상을 위한 자리로 활용하려는 술책에도 변화가 없다.

미국은 북핵 해결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보장받은 뒤에 대화에 나서도 늦지 않다. 미국이 북한을 안이하게 오판하면 국제 공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오바마 정부의 ‘핵무기 없는 세계’ 비전도 타격을 입는다. 더구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조-미(북-미)회담 결과를 보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협상카드를 세분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특유의 살라미 전술을 써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받아낸 뒤에 6자회담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다. 이런 북한에 성급하게 맞장구를 칠 일이 아니다.

북한의 일면 협박, 일면 유화 공세가 집요할수록 한미 공조가 튼튼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만족할 만한 변화를 보이기 전에는 금강산 관광과 대규모 식량지원을 재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도발에 대한 보상은 있을 수 없다. 협박까지 동원한 북한의 대화술책에 미국이 빈틈없이 대처해야만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북의 실질적인 핵 포기를 끌어낼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