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신경쓰는 ‘원청’… 사고위험 내몰리는 ‘하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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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노동자 사고중 하청직원 40%

1일 발생한 남양주 지하철 공사 현장 폭발 사고로 숨진 4명은 모두 하청업체의 일용직 노동자다. 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김모 씨(19) 역시 외주업체인 은성PSD 소속이었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각종 사고 사망자 가운데 하청업체 직원 비율은 2012년 37.7%에서 지난해 6월 현재 40.2%로 늘었다.

유독 하청업체 노동자의 피해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삼는 원청업체의 재하청 경영 방식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주요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기면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줄면서 흑자 폭을 늘리거나 적자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매년 적자로 고민하는 서울메트로의 경우 기술 분야에서만 30종이 넘는 업무를 외주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게다가 원청업체의 하청업체 선정은 대다수가 최저가 입찰 방식이다.

낮은 단가에 사업을 낙찰받은 하청업체로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 인건비가 많이 드는 숙련공 대신 비교적 ‘싼값’에 쓸 수 있는 비숙련공을 채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안전의 외주화’에 따른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작업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법적 책임은 하청업체의 몫이다. 작업 현장에서도 원청업체는 기본적인 관리 감독만 할 뿐 실제로 현장에 투입돼 일하는 직원 대다수는 하청업체 소속이다. 이날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하철 공사 현장 역시 17명의 근로자 중 사망 및 부상자 14명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거나 일용직 노동자였다. 공사 현장에서 관리 감독하던 이들 역시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하청을 줌으로써 원청업체는 지출을 줄이고 인건비도 아끼고 사고가 발생해도 직접적인 책임을 질 필요가 없으니 이런 관행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을 등한시하는 분위기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허가 없이는 정규직 인력을 늘리기가 어렵다 보니 안전 등의 영역에서도 외주화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정부는 공공기관 효율화 방안 1순위로 비용 절감을 생각하지만 안전만큼은 다르게 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관련 업무 외주화를 금지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작업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현장에 투입하는 관행도 사고를 유발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 씨는 당시 열차가 언제 지나가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 지난해 3월 남영전구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집단 수은중독 사고 때도 이들은 사전에 작업 장소에서 수은을 다룬다는 사실을 정확히 전달받지 못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안전 관련 업무는 외주화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가 낙찰 방식의 개선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 영역마다 적정한 인건비를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찰가가 결정된다면 하청업체도 숙련공 투입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적정한 가격과 보상을 받는 풍토가 정착돼야 안전 역시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 kyu@donga.com·김재희·김동혁 기자
#비용절감#하청업체#지하철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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