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에 ‘황금 봉사’… 네팔로 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KAIST 경영대학원 학생들의 선행

네팔 오지 마을에 책을 기부하고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지난달 28일 출국한 KAIST 경영대학원생 최민성씨(왼쪽). 오른쪽은 이 활동을 지도한 윤여선 교수.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네팔 오지 마을에 책을 기부하고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지난달 28일 출국한 KAIST 경영대학원생 최민성씨(왼쪽). 오른쪽은 이 활동을 지도한 윤여선 교수.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산을 좋아하니까 막연히 히말라야를 가 보고 싶어서 비행기 표를 산 게 시작이었어요. 규모가 이렇게 커질 줄은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황금연휴에 접어든 지난달 28일, KAIST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최민성 씨(37·대림산업 근무)를 비롯해 이 학교 학생 10명이 네팔 카트만두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부분 30대 이상의 회사원이다. 수하물에는 현지 아이들에게 나눠줄 책가방과 문구류가 가득 찼다. 교내에서 모금행사를 벌여 모은 기부금 1200만 원도 소중히 품에 안았다.

이들은 8박 9일간 카트만두에서 40km 떨어진 오지마을 마하데브베시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학교 이름으로 책 3000권을 기증해 도서관을 만들 예정이다. 출국 직전 최 씨와 이 봉사활동 원정대의 명예지도교수인 윤여선 교수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AIST 경영대학원 캠퍼스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그냥 히말라야 트레킹이었어요. 제 인생 버킷리스트였거든요. 1년 전부터 비행기 표를 사 놓고 친한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죠. 소식을 듣고 10명이 모인 거예요.”

하지만 함께 모여 짜던 트레킹 일정은 누군가 “지구 가장 높은 곳에 가는 김에 가장 낮은 곳도 봐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던지면서 뒷전이 돼 버렸다. 네팔에서 가장 어려운 곳을 찾아 책을 기증하고 봉사활동을 하자고 의기투합이 되면서 모두 이 준비에 매달리게 된 것. 트레킹 일정은 조정됐고 관광은 아예 일정에서 빠졌다.

학생들이 기존에 지원을 받던 곳 외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기 위해 네팔 현지에 있는 선교사나 교민들과 수없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정한 곳이 마하데브베시다. 2015년 4월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9 대지진으로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지만 워낙 오지라 구호의 손길이 잘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을 결정했다. 최 씨는 “이곳 아이들이 계곡에서 굴러온 돌을 주워 깨서 건축 자재로 팔아 하루 1000원 남짓한 생활비를 벌고 있다고 들었다”며 “아이들 손에 돌 대신 책을 쥐여 주고 싶어서 도서관을 만들어 주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지난달 중순부터 약 열흘간 교내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기부금을 모았다. 누군가는 포스터에 나온 네팔 학생들이 입은 옷을 똑같이 입고 나타나 모금에 열을 올렸다. 윤 교수는 “봉사활동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면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강의실 안에서 경영학을 배우는 것보다 넓은 세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성원은 학교 안팎에서 뜨거웠다. 자녀가 있는 학생들 중에는 아이들 이름으로 중복 기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KAIST 경영대학원에서는 네팔 학생들에게 선물할 책가방을 기부했다. 최 씨가 다니는 대림산업에서도 이 소식을 듣고 대림미술관을 통해 학용품 세트 1100개를, 또 다른 학생의 직장인 삼성물산에서는 비누 등 위생용구 세트를 쾌척했다.

최 씨는 “비행기를 탈 때 짐 무게 때문에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면 기쁘게 내겠다”며 도와준 학생들과 회사에 감사를 표했다. 윤 교수는 “흘려 넘길 수 있는 제안을 실행에까지 옮긴 학생들의 추진력에 감탄했다”며 “최 씨의 후배들이 이 행사를 이어받아 ‘히말라야 16좌’를 모두 밟아볼 때까지 봉사와 기부가 계속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kaist 경영대학원#황금 봉사#네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