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하동 녹차’, 지구촌 입맛 사로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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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야생차문화축제’ 19일 개막

하동야생차문화축제에 참가한 윤상기 하동군수(오른쪽)와 관계자들이 녹차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하동군 제공
하동야생차문화축제에 참가한 윤상기 하동군수(오른쪽)와 관계자들이 녹차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하동군 제공
“작황이 예년만 못합니다. 만약 해마다 풍년이 든다면 녹차의 소중함을 잘 모르겠지요.”

9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쌍계사 근처 야생차 시배지(始培地)에서 만난 최성자 씨(66)는 “지난겨울 가뭄과 추위가 매서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평생을 녹차 천지인 화개동천에서 살아온 그의 말에는 ‘하늘을 섬기고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간다’는 평범한 진리가 녹아 있었다.

이날 그는 녹음이 우거진 지리산 자락의 비탈진 차 밭에서 동료 10여 명과 정성 들여 찻잎을 따고 있었다. 화개면 녹차 밭 가운데 일부는 벌겋게 말라 있었다. 순이 올라오는 속도도 늦은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낸 탓일까. 마른 가지 사이에서 돋아나는 녹차 잎은 더욱 파랬다.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의 명품인 녹차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에 이어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되면서 명실공히 ‘세계적 명품’으로 자리매김한 덕분이다. 19일부터 22일까지 화개면과 악양면에서 열리는 ‘제22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이런 의미가 더해지면서 더욱 새롭게 꾸며진다.

하동녹차연구소 이종국 소장은 “전통차 문화를 축제와 연계하고 세계축제도시 선정과 GIAHS 등재 콘텐츠를 차문화 행사와 버무려 세계인이 함께하는 ‘글로벌 문화관광 축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축제의 주제도 ‘하동 야생차!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다. 슬로건은 ‘왕의 차! 세계로 나아가다’로 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부 한국관광공사 경남도 농협중앙회 경남은행이 함께한다.

전정남 하동군 기획조정실장은 “한중일 국제 차문화 교류 세미나, 세계중요농업유산관 운영, 대한민국 국가중요농업유산관 개설 등 GIAHS 등재를 기념하는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했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시장·군수협의회 발대식도 연다”고 설명했다.

지리산 자락 쌍계사 인근의 야생차 밭에서 녹차 잎 수확이 진행되고 있다. 하동=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지리산 자락 쌍계사 인근의 야생차 밭에서 녹차 잎 수확이 진행되고 있다. 하동=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세계 차문화 페스티벌, 별천지 하동 차문화 학교, 힐링과 치유의 천년 차밭길 투어, 대한민국 아름다운 찻자리 최고대회 등 ‘킬러 콘텐츠’도 풍성하다. 다원 별빛 차회, 하동 말차 시연대회,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기념 군민 핸드 프린팅도 마련된다.

개막식은 19일 오후 7시부터 주 행사장인 하동차문화센터에서 ‘생명의 기적, 천년의 약속’을 주제로 축하 영상과 주제 퍼포먼스, GIAHS 인증서 전달, 비전 선포,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된다.

앞서 윤상기 하동군수는 지난달 이탈리아 로마에서 화개지역의 하동 전통차 농업을 소개하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GIAHS 지정서를 받았다. FAO는 “하동 전통차 농업이 1200여 년간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면서 대한민국 유산으로 자리 잡아 보전 가치가 높은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윤 군수는 “내년 봄에는 일본 시즈오카(靜岡)시와 함께 세계녹차축제를 마련하겠다. 2020년경에는 세계 차(茶) 박람회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녹차 세계화의 완성’을 향한 힘찬 발걸음이다. 그는 특히 녹차에 이어 섬진강 재첩의 GIAHS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섬진강을 사이에 둔 이웃인 전남 광양시와 공동 작업을 구상 중이다.

18일부터 27일까지 북천면 직전리 북천역 주변 꽃단지에서 ‘세계축제도시 하동, 꽃양귀비로 물들다’를 주제로 열리는 꽃양귀비 축제도 볼거리다. 녹차 축제 055-880-2052∼4, 꽃양귀비 축제 055-880-8331

하동=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하동 녹차#하동야생차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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