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은 ‘하동 녹차’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야생차문화축제 4일간 48만명 방문… 13개 업체 120억원 수출 계약 성과
녹차연구소서 최첨단 장비 활용, 녹차유산균-샴푸-화장품 등 개발
하동의 ‘100년 먹거리’로 집중 육성

녹차 만들기 체험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윤상기 하동군수(오른쪽). 윤 군수는 지역 명품인 녹차를 세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녹차 만들기 체험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윤상기 하동군수(오른쪽). 윤 군수는 지역 명품인 녹차를 세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라시대 지리산 자락 화개동천(花開洞天)에 뿌리를 내렸던 하동 야생차가 1200년이 지나 이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윤상기 경남 하동군수(63)는 22일 “제21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앞으로는 녹차의 6차 산업화, 세계화를 향해 가속페달을 밟아 나가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녹차 세계화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윤 군수가 녹차를 하동의 ‘100년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야심 차게 내비친 것이다. 하동 녹차는 유네스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도 앞두고 있다. 등재가 성사된다면 세계적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게 되는 셈이다.

‘왕의 차(茶) 천년의 속삭임, 세계인과 함께하다’를 슬로건으로 화개면과 악양면 일원에서 열린 하동야생차문화축제(4∼7일)는 보여주기보다 함께하며 맛보기에 주력했다. ‘야생 찻잎 따기’, ‘내가 만든 왕의 녹차’를 비롯한 프로그램 12개를 통합한 ‘하동 차 문화학교’는 인기를 끌었다. 차를 생산하거나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차인(茶人) 1500명이 찻자리 경연을 펼친 ‘대한민국 차인열전’은 대표 볼거리였다. 축제 동안 화개면 켄싱턴리조트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서는 13개 업체가 1049만 달러(약 120억 원)어치의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거뒀다. 4일간 하동을 다녀간 관광객만도 48만여 명에 이른다.

하동 녹차의 수출시장 개척, 제품 연구와 개발, 생산농가 교육은 하동군 산하 재단법인 하동녹차연구소가 전담한다. 사실상 하동 녹차 6차 산업화와 세계화의 야전사령부다. ‘녹차박사’ 이종국 소장(61)이 지휘하는 이 연구소는 우수한 연구 인력이 첨단장비를 활용해 하동을 녹차산업의 메카로 바꾸고 있다. 녹차유산균과 샴푸, 린스, 화장품같이 남들이 생각해보지 못한 새로운 제품을 꺼내놓은 주역도 바로 이곳이다. 이 소장은 “국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녹차의 수준을 뛰어넘어 하동 녹차를 명실상부한 명차(名茶)로 만들기 위해 하동군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동군은 연구소를 세우고 녹차 가공공장 설치, 녹차 재배농가 역량 강화 같은 일에 모두 50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하동군 화개면 일대의 녹차밭. 하동군은 이 지역에서 유기녹차를 수확해 가루로 만든 뒤 미국 등지로 수출한다. 하동군 제공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하동군 화개면 일대의 녹차밭. 하동군은 이 지역에서 유기녹차를 수확해 가루로 만든 뒤 미국 등지로 수출한다. 하동군 제공

이 같은 노력의 결과 하동군은 올해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에 가루녹차 100t 물량을 수출한다. 농가 200여 곳이 수확한 녹차 잎 600t을 연구소의 자동 맷돌과 가루녹차 분쇄기로 가공한 친환경 유기녹차다. 유기녹차 단지는 세계 최대 규모다. 최근 내로라하는 국내외 음료,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하동 가루녹차에 눈독을 들이며 주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몸에 좋은 성분이 많아 식품 첨가물로서의 가치도 크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수출 물량이 더욱 많아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하동군은 하동 녹차를 활용해 만들어지는 식품의 안전성 확보에 특히 주력하고 있다. 윤 군수는 “얼마 전 가루녹차를 진공 포장해 미국으로 1차 수출하고는 딸을 시집보낸 것처럼 조마조마했다”며 “아무런 문제없이 오케이 사인이 났다”고 말했다. 하동군은 12억 원을 들여 일본에서 최첨단 살균기를 들여온다. 빵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제품에 그대로 들어가는 가루녹차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대장균이나 미생물을 완벽하게 없애야 해서다. 농민들이 품질 좋은 녹차 잎을 좀 더 편하게 따고 생산할 수 있도록 햇볕을 차단하는 차광막도 예산 7억 원을 투입해 설치했다. 선택과 집중이 돋보이는 결정이다. 이 소장은 “윤 군수의 녹차산업 세계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하동군에서는 1000여 가구가 연간 2000t의 녹차를 생산한다. 부가가치와 지역경제 기여도를 따지면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 지역경제를 살리고 문화를 살찌울 뿐 아니라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도 크다. 윤 군수는 “하동은 지리산과 섬진강이 포근히 감싸 안고 남해 바다를 굽어보는 천혜의 경관을 지녔다”며 “하동 녹차를 세계적인 특산품으로 꼭 만들고야 말겠다”고 말했다. 녹차연구소 055-880-2894

하동=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하동#야생녹차#야생차문화축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