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파트타임직, 아이 맡길 ‘4시간 어린이집’ 생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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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청회 등 거쳐 최종 결정”

공예가인 김모 씨(35·여)는 하루 4시간 정도 작업을 한다. 작업을 할 때만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싶지만 아이가 하나인 김 씨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어린이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시간당 1000∼2000원을 내고 비정기적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보육시설도 있지만 집에서 30분 거리일 뿐 아니라 신청자도 많아 필요할 때마다 아이를 맡기는 건 불가능하다.

김 씨는 “결국 작업을 할 때마다 부모님께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며 “나 같은 사람을 위해 하루 3, 4시간 동안 짧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 보육 형태의 어린이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김 씨의 바람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파트타임 근무자나 전업주부를 위해 하루 3, 4시간가량 이용하는 ‘단시간 어린이집’ 설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춤형 보육제도를 도입한 지 2년을 맞아 보육 시간대를 다양화하는 등 제도 보완에 나서는 것이다.

○ 보육시간 세분화해 다양한 요구 반영

보건복지부가 단시간 어린이집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가정마다 천차만별인 보육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다. 2013년 무상보육을 도입한 뒤 외벌이 가정까지 어린이집 이용이 폭증하자 정부는 2016년 맞벌이 가정을 위한 종일반(12시간)과 외벌이 가정을 위한 맞춤반(6시간)을 분리해 운영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루 중 짧은 시간만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적지 않았다. 특히 0∼2세 어린 자녀를 둔 전업주부나 파트타임 근로자들 사이에서 이런 요구가 많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어린이집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려 어린이집 자체를 이용할 수 없었다. 지방자치단체별 육아종합지원센터나 일부 어린이집에 시간당 일정 금액을 내고 비정기적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보육시설이 있지만 그 수가 턱없이 적어 이런 요구를 수용하기에 충분치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의 요구를 자세히 파악한 뒤 단시간 보육시설 모형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다만 기존 어린이집에 ‘단시간반’을 만들지, 아니면 아예 단시간반만 운영하는 새로운 보육시설을 만들지는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시간반 전용 보육시설을 신설하지 않더라도 기존 어린이집에 단시간반을 만들면 더 많은 부모가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극심한 저출산 속에서도 어린이집 입소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신생아 수는 31만 명 내외로 추산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엔 신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 14∼49세 여성 중 가임(可姙) 기간에 낳은 자녀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연간 1.0명 이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지난해 기준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 소속 아동은 17만9000여 명인 반면에 입소 대기자 수는 28만2000여 명으로 1.57배 많다. 100명이 이용하는 어린이집 대기자가 157명이란 뜻이다.

○ 맞춤반은 7시간으로 1시간 늘어날 듯

어린이집 맞춤반 운영시간은 현행 6시간에서 7시간으로 1시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 대신 ‘긴급보육바우처’ 제도는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맞춤반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는 급한 일이 생겨 추가로 돌봄이 필요하면 ‘긴급보육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1, 2시간가량 연장 보육이 가능하다. 긴급보육바우처는 월 최대 15시간까지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시간당 4000원인 추가 돌봄 비용은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급한다.

문제는 이 제도가 악용된다는 데 있다. 주부 최모 씨(37)는 “아이가 오후 3시에 하원하는데 조금만 늦게 가면 어린이집에서 바우처를 쓰도록 요구한다”며 “바우처를 쓰지 않으면 아이가 불이익을 당할까 봐 어린이집 요구에 따른다”고 말했다. 일부 어린이집은 특별활동을 오후 3시 이후에 실시해 바우처를 모두 소진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에 정부는 긴급보육바우처를 폐지하는 대신 맞춤반 보육시간을 7시간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바우처 사용시간은 하루 평균 33분이었다. 보육시간을 1시간 늘리면 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향후 공청회와 시범사업 등을 거쳐 구체적인 최종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전업주부#파트타임직#4시간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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