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미세먼지, 서울 충무로-동대문역 ‘최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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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도시 실시간 자동측정소 설치된 39개역 최근 3년 분석

최근 서울 강남에서 ‘반도체 클린룸’ 수준의 초미세먼지가 측정될 정도로 맑은 날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실외 공기가 아무리 좋아도 지하철을 이용할 때 심하면 ‘매우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 자동측정소가 설치된 전국 지하철역의 지역별 농도는 서울과 인천이, 역별로는 서울 충무로역과 동대문역 등이 가장 나빴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4∼2016년 3년간 도시철도가 있는 6개 도시 지하역사 563개 가운데 환경부 산하 실시간자동측정소가 설치된 39개역 47곳의 미세먼지(PM10) 농도를 분석한 결과다. 서울 6개역 11곳, 인천 14개역 14곳, 광주 5개역 6곳, 대전 3개역 3곳, 대구 2개역 2곳(2015년 12월부터 가동), 부산 9개역 11곳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환승역 등을 기준으로 설치됐다.

이들 측정소의 연평균 농도를 조사한 결과 인천과 서울의 지하역사 미세먼지 수준이 아주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47곳 중 13곳이 m³당 8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을 넘겼는데 이 중 인천과 서울이 각각 7곳과 4곳이었던 것. 80μg 초과는 실외 미세먼지 예보등급으로 치면 ‘나쁨’ 수준이다. 해당 역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매일 평균 나쁨 이상의 미세먼지를 들이마신 셈이다.

예보등급 ‘좋음’(m³당 30μg 이하)을 충족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연평균 농도가 ‘보통’(m³당 80μg 이하) 수준의 지하역사가 34곳으로 가장 많았다.

인천은 전체 측정소 14곳의 평균도 3년 연속 나쁨 수준이었다. 2014년에는 m³당 89μg, 2015년에는 88.4μg, 2016년에는 80.9μg으로 6개 도시별 순위에서도 최고였다. 지난해에는 2위인 광주 측정소 값(68.3μg)보다도 1.2배 높았고, 전체 47곳 평균의 1.3배, 가장 좋았던 부산 측정소 값(42.5μg)의 2배였다.

서울 지하철 6개역 11곳 측정소 미세먼지 농도는 3년간 2배 가까이로 뛰었다. 다른 도시 평균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개선된 데 반해 홀로 악화 추세를 보인 것. 2014년 m³당 38.4μg이었던 서울 측정소의 평균 농도는 2015년 42.8μg, 2016년 64.5μg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런 탓에 2014년 6개 도시 중 가장 좋았던 공기 질이 2016년에는 중간 이하로 추락했다.

일평균 농도가 실내 역사 미세먼지 유지 기준인 m³당 150μg을 가장 많이 초과한 곳도 인천과 서울의 역들이 차지했다. 측정소 47곳 가운데 지난해 1위는 서울 충무로역 측정소로 초과일수 일주일, 동대문역과 인천 지식정보단지역 측정소가 닷새를 기록했다. 2014, 2015년에도 각각 서울 동대문역(15일)과 인천 작전역(27일)이 1위를 차지하는 등 3년 연속 상위 5개역을 서울과 인천 역사가 싹쓸이했다. 실내 역사 미세먼지 유지 기준은 실외 미세먼지 예보등급의 ‘매우 나쁨’과 같다.

유지 기준을 초과한 역들 가운데는 황사주의보 수준(m³당 400μg 이상)의 미세먼지를 보인 곳도 있었다. 2015년 2월 23일 인천 작전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498.8μg. 이날은 실제 인천에 황사주의보가 내린 날이었다. 이날 작전역을 이용한 사람들은 꼼짝없이 황사 미세먼지를 들이마셔야 했다는 뜻. 지난해에는 서울 동대문역(3월 4일·208μg)과 충무로역(1월 24일·201.4μg)이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지하철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기설비를 개선하고 필터를 바꾸거나 날림먼지를 막기 위해 물청소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열차 아래에 집진 장치를 다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의원은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스스로가 위험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실외 공기에 준하는 공기질 유지 기준을 만들어 미세먼지 환기 및 방지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미세먼지#충무로#동대문#지하철#자동측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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