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딸 은화, 너 였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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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층 수습 유해 DNA 확인… 전교 1등 우등생… 엄마 챙기던 효녀

“딱 한 번만 딸을 안아보면 소원이 없겠어요.”

25일 유전자(DNA) 검사 결과 세월호 4층 선미에서 수습된 유해가 조은화 양(사진)이라는 통보를 받은 엄마 이금희 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이 씨는 11일 세월호 4층 선미에서 조 양의 가방과 부근에서 유해가 발견되자 ‘3년 만에 딸을 찾았다’고 느꼈지만 DNA 결과를 기다리며 눈물을 꾹 참아 왔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10∼13일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수습된 유골이 단원고 고창석 교사와 허다윤 양에 이어 조 양으로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이 씨는 “가족을 찾지 못해 불안해하는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딸을 찾았다는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은화의 아직 다 못 찾은 나머지 유해를 찾고 미수습자 가족들이 혈육을 찾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지켜봐주신 시민들께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조 양은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엄마 이 씨와 함께 짐을 챙겼다. 하지만 ‘세월호가 안개 때문에 출항을 못 할 수 있다’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 조 양은 수학여행 당일 집을 나서면서 수습된 가방에 들어 있던 입술보호제를 바르면서 ‘잘 다녀올게’라는 말을 했다.

세월호에 탑승한 뒤 즐거운 수학여행을 꿈꾸며 친구 2명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엄마에게 휴대전화로 보냈다. 하지만 사진을 보내고 잠시 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변을 당했다.

조 양은 아빠에게 받은 용돈의 절반을 항상 엄마에게 준 효녀였다. 아빠가 새우를 먼저 까서 주면 ‘엄마부터 챙기라’는 핀잔을 잊지 않았다. 전교 1등을 좀처럼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면서 친구들과 사이도 좋았다. 1, 2시간씩 쉬지 않고 수학 문제를 풀 만큼 수학을 좋아했고, 회계공무원을 꿈꿨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 / 목포=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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