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8곳 최하등급… ‘최우수’는 6년째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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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비리 기관 감점… 낙제점 작년 2배, 일자리 창출에 가점… 절대평가 도입
인천공항公-수자원公 등 ‘우수’ 등급

정부가 19일 채용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에 낙제점을 준 데 이어 공공기관에 적용해온 호봉제를 폐지키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개혁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기관에 균등한 기회, 일자리, 상생협력 같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과 더불어 효율적인 급여체계를 도입해 ‘철밥통’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것이다.

○ 업무에 따른 ‘직무급제’ 도입

기획재정부는 이날 “현재 공공기관의 보수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바꾸기 위해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대신 자신이 맡은 직무의 난이도나 책임 수준 등에 따라 임금이 책정되는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개편안의 뼈대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공기관 혁신을 거론하며 직무급 중심 보수체계 개편을 언급했다. 기재부는 시행 방법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호봉제 폐지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기재부는 현행 공공기관 보수체계를 비효율적이라고 본다. 연공서열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임금이 오르는 구조로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 때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노사 합의 없이 추진됐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지난해 공공기관 평과 항목에서 제외됐다.

직무급제의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공공기관들이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지난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당시 노사 갈등을 겪었던 만큼 정부가 철밥통을 깨는 개혁안에 드라이브를 건다면 노사가 또다시 충돌할 우려도 있다. 기재부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강제 도입하거나, 과거처럼 성과와 연동하는 형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공공기관에 사회적 책임 강조

이날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가 대폭 반영됐다. 일자리 창출과 채용비리 근절 등 계량화하기 힘든 공공기관의 책임을 강조하며 등급을 부여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부의 핵심 정책을 추진하는 데 공공기관을 활용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우수 등급을 받은 이면에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공항공사는 굵직한 채용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데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핵심 중 하나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가장 앞서 추진했다.

공공기관 평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대평가로만 진행됐지만 올해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결과를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상대평가만 고집할 경우 과도한 ‘줄 세우기’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양충모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시급한 일자리 분야에 가점을 둬 평가의 실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상대평가를 기준으로 ‘우수’에 속하는 A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한국도로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17곳이었다. 반면 최하점을 받은 기관은 대한석탄공사, 영화진흥위원회 등 8곳이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김준일 기자
#채용비리 8곳#최하등급#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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