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에게 투표소는 아직도 ‘멀고 험한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투표소 편의시설 실태 조사 발표
접근성 떨어지고 화장실도 부족, 장애인 대상 홍보-교육 강화해야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경남장애인인권센터 관계자들이 1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경남장애인인권센터 관계자들이 1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국민의 기본권 행사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최진기 경남장애인인권센터 소장(39)은 20일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사전 투표와 거소(居所) 투표, 현장 투표 모두 장애인들에게는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제6회 지방선거 이후 호소했던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남 지역 20개 장애인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경남장애인인권센터 등은 1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경남지역 투표소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의 경남 지역 925개 투표소 가운데 8개 시의 100곳과 10개 군의 57곳 등 157곳을 선정해 장애인 접근성과 편의시설을 점검했다. 또 ‘장애 영역별 편의 제공 이행률’도 평가했다. 모두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의 기준에 따라 조사한 것이다.

투표소 접근성 이행률은 합천군이 93.3%로 가장 높았다. 쌍책면 ‘합천박물관마을힐링센터’의 투표소는 이행률 100%였다. 반면 사천시는 접근성 이행률이 50.8%로 가장 낮았다. 고성군의 한 초등학교 투표소는 접근성 이행률이 0%였다.

경남지역 18개 시군 투표소의 접근성 평균 이행률은 70.64%였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60% 이하였던 접근성 이행률이 지난해 대선에선 68.31%로 올라갔다. 이번에 처음으로 70%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접근성 이행률이 올라간 것은 선관위가 투표소의 92.2%를 1층에 설치하고 그 외에는 엘리베이터 설치 건물을 골랐기 때문이다.

투표소의 장애인 화장실 설치율은 평균 49.3%로 낮았다. 지난해 대선 당시엔 39.5%였다. 1년 동안 약간 개선된 셈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와 마산회원구가 대체로 낮았다. 고성군 모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는 접근성 이행률과 장애인 화장실 설치율 모두 0%였다. 반면 사천시는 80.5%로 장애인 화장실 설치율은 높은 편이었다.

경남장애인인권센터 김보성 활동가(29)는 “일부 장애인 화장실은 창고로 쓰고 있었다. 투표소에 사람이 몰려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장애인 화장실 설치는 필수”라고 말했다.

선관위가 집계한 장애 영역별 편의 제공 이행률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청각장애 영역이 70.69%로 낮았고 지체장애 영역 75.47%, 지적·발달장애 영역 90.08%, 시각장애 영역 91.2% 등이었다.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지난해 대선 당시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김상민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민주국가의 권리 행사는 투표로 시작해 투표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애인을 위해 소리, 점자, 그림 문자를 적극 활용하고 투표 방식에 대한 홍보와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장애인투표소#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