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차도, 직류방식 쓰는 섬으로 바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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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내년까지 직류 배전선로 구축… 전기효율 10% 향상, 삶의 질 개선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서거차도는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39km를 가야 하는 외딴섬이다. 서거차도 주민 110명은 그동안 섬에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썼다. 주민들은 강풍이 불면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다고 호소했다.

서거차도가 전기효율이 10% 정도 향상되는 직류(DC)방식을 쓰는 국내 최초 마을로 변신한다. 한국전력은 21일 서거차도에서 진도군, LS산전㈜과 함께 160억 원 규모 세계 최대 직류 배전망 구축 기공식을 가졌다. 한전은 내년까지 서거차도에 직류 배전선로를 구축하고 200kW 태양광 발전기, 100kW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하는 전기를 비축할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설치한다. 주민들에게 직류 가전제품과 가로등, 충전기 등을 보급한다.

직류는 항상 일정한 방향과 크기로 흐르는 전류다. 교류는 크기와 방향을 일정한 주기(사이클)로 바꾸는 전류다. 19세기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전기를 직류로, 니콜라 테슬라는 전기를 교류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각국은 이후 직류에 비해 손실이 적은 교류를 선택해 선로를 깔았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통하지 않는 절연체 중간성질인 반도체(半導體)가 폭넓게 쓰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전 전력연구원 스마트배전연구소 관계자는 “반도체를 쓰는 전자제품은 내부에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장치가 있다”며 “선로를 교류에서 직류로 바꿀 경우 에너지 효율이 10% 올라간다”고 말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직류 기반 디지털 기기가 늘어나면서 직류전력망과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직류배전 아일랜드가 되는 서거차도는 에너지신사업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서거차도가 직류 발전 섬으로 변신하는 것을 환영했다. 박권삼 이장(67)은 “태풍 등 강풍이 불면 전기가 끊기는 등 불편이 컸는데 이제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게 돼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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