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입시중심 동아리문화 떠나 학교 밖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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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취미활동 위해 전국모임 구성하는 고교생들

최근 입시중심으로 운영되는 교내동아리를 떠나 전국 단위 동호회에 가입해 취미활동을 즐기는 고교생이 늘고 있다. 파쿠르를 즐기는 학생들(위쪽)과 ‘펜돌리기’를하는 학생들.
최근 입시중심으로 운영되는 교내동아리를 떠나 전국 단위 동호회에 가입해 취미활동을 즐기는 고교생이 늘고 있다. 파쿠르를 즐기는 학생들(위쪽)과 ‘펜돌리기’를하는 학생들.
“입시와 경쟁 위주의 운동이 아닌 진짜 운동을 하고 싶었어요.”

강원지역 고교 3학년 A는 ‘한국 파쿠르 연합’ 동호회 활동을 한다. 주말이면 각종 장애물을 뛰어넘는 운동인 파쿠르를 공원, 대학캠퍼스 등지에서 또래 동호회원들과 즐긴다.

A는 “운동을 좋아해 교내 체육동아리에 가입했지만 체대 입시준비 활동이 많다 보니 진짜 원하는 운동은 거의 할 수 없었다”며 교외 동호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교내동아리, 양은 늘었지만 질 떨어져?

최근 교내 동아리를 떠나 전국단위 동호회에 가입해 취미활동을 즐기는 고교생이 늘고 있다. 교내 동아리가 ‘대입 스펙’을 만드는 활동 위주로 운영되자 순수한 취미활동을 즐기려는 고교생들이 학교 밖에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성인 중심이던 동호회 문화가 고교생까지 넓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동아리 활동까지 입시실적 중심으로 변해가는 고교의 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적잖은 고교생이 “교내 동아리에서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진짜 취미활동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이런 현상은 정부가 ‘사교육비를 잡겠다’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교내활동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 중심 전형’을 지난해 도입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대학 모집정원의 약 70%를 선발하는 수시모집이 학생부 중심으로 개편되자 많은 고교에서 교내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동아리는 양적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질적으론 부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학생들이 진짜 자신의 흥미와 ‘끼’를 살리는 동아리 활동보단 대입에 활용할 수 있는 실적 위주의 활동을 강요받는 구조라는 것이다.

‘펜돌사’ 활동하며 친구 사귀죠

물건을 분해·조립하는 데 남다른 관심이 있는 인천지역 고교 1학년 B는 ‘펜돌사(펜을 돌리는 사람들)’ 회원이다. 교외 동호회다.

B는 동호회에서 펜 아랫부분과 윗부분의 무게 균형을 맞추는 ‘펜 튜닝’을 한다. 특정 부품을 펜 윗부분에 조립하거나 여러 펜을 분해해 나온 각기 다른 부품들을 조합해 새로운 펜으로 탄생시키기도 한다. 펜 튜닝을 잘하면 펜을 더 쉽고 멋있게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B는 “교내 동아리에서 만들거나 구상한 제품은 실생활에 바로 활용하긴 힘들다”면서 “하지만 내가 튜닝한 펜은 다른 동호회원에게 판매하거나 교환할 수 있어 교내 동아리보다 더 큰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역시 ‘펜돌사’ 활동을 하는 부산지역 고교 3학년 C는 친구들 사이에서 펜 돌리기의 ‘달인’으로 통한다. 화려한 기술로 펜을 돌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온라인 카페에 올린다. 회원들의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다른 회원과 ‘온라인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C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공부를 잠시 멈추고 머리를 식힐 겸 5∼10분간 펜을 돌린다”면서 “서울에서 열리는 동호회 정기모임에도 꾸준히 참석하다보니 전국 각지에 또래 친구들이 있을 정도로 인간관계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입시실적 강박 벗어나 스트레스 해소

교외 동호회 활동을 하는 고교생들은 “평소 공부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어 활력을 얻는다”고 주장한다. ‘대입에 도움이 되는 진로와 관련된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흥미를 느끼는 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점이 큰 매력이라는 것.

서울지역 고교 2학년 D는 ‘서바이벌 게임’ 동호회 활동을 한다. 그는 지난달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것을 기념해 다른 학교 고교생들과 함께 서울의 한 야산에서 야산 소유주의 허락을 받은 뒤 고글,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서바이벌 게임을 즐겼다. 일부 학생들은 실제 전투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군복풍’의 옷을 입고 게임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D는 “동호회원 대부분이 고교생이라 시험이 끝날 때쯤 온라인 카페에 ‘경기하자’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면서 “서바이벌 게임을 하면서 땀을 흘리면 시험기간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 시험이 끝나고 PC방에 몰려가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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