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은 “모범생 아닌 모험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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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국립대 발전 주도하는 전북대 이남호 총장 인터뷰

전북대 이남호 총장이 15일 본관 총장실에서 전북대 발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전북대 이남호 총장이 15일 본관 총장실에서 전북대 발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우리나라엔 도(道) 단위 광역행정구역 중심으로 9개의 거점국립대학교가 있다(법인화된 서울대는 제외). 이들 대학은 정부로부터 일정한 지원을 받고 총장은 모두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대체로 각 도를 대표하는 대학이다 보니 해당 지역 도세(道勢)에 따라 암묵적인 서열도 매겨져 있다. 여기서 돌출적이고 예외적인 곳이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전북대학교다.

전북대는 불과 10년 전인 2007년까지만 해도 국내 대학평가에서 40위권을 맴돌았다. 그런데 최근 수년째 거점 국립대 가운데 최상위권, 국내 종합대학 10위권의 위상을 확고히 지키고 있다. 인구와 경제 규모 등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전북에서 전북대만큼은 국립대중 톱클래스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것. 그 비결은 무얼까. 15일 전주에 있는 전북대 캠퍼스를 찾아가 이남호 총장(58)을 만났다. 이 총장은 “이런 평가도 좀 억울하다”라고 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우리 대학이 국내외 대학평가기관으로부터 학생 교육 여건이나 교수진의 연구 경쟁력 등 객관적 지표로 받은 평가를 보면 전국 종합대학 5위권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런데 주관적 지표인 대학의 평판도나 인지도가 30∼40위권에 머물러 실제의 학교 역량에 비해 매우 낮게 평가받고 있다.”

Only One 프로젝트

 
이 총장은 전북대를 주식시장의 ‘성장 가치 최우량주’에 비유했다. 실제 가치와 역량에 비해 저평가돼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무궁한 대학이라는 것이다. 이 총장은 개교 70주년을 맞이하고, 개인적으로는 취임 2주년을 맞은 올해를 ‘성숙의 100년’으로 나아가는 터닝 포인트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2의 도약을 위해서 우리 대학만이 갖고 있는 강점들을 살려 ‘온리 원(Only One)’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 우리만이 할 수 있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가 했을 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을 찾아내서 적극적으로 키워내면 대학의 위상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성장, 즉 성숙의 대학이다.”

전북대의 ‘온리 원’ 전략은 학교의 평판도와 인지도, 즉 네임 밸류(Name Value)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그 핵심. 이는 우수 학생과 우수 교원 유치, 취업률 향상, 대학 발전기금 확충, 구성원들의 자긍심 고취 등 대학의 전반적 발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이를 위해 4가지 핵심 과제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색깔 있는 모험인재 양성 △월드클래스(World Class) 학문 분야 육성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구축 △가장 걷고 싶은 캠퍼스 둘레길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먼저 전북대만의 고유 인재양성 브랜드인 ‘모험생’에 대해 이 총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이라고 강조했다.

“모범생과 모험생은 분명히 구분된다. 단순한 지식 전달과 스펙 쌓기에만 매몰돼 있는 그간의 모범생 교육을 넘어서서, 보다 깊고 넓게 보는 안목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 모험생 교육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거세게 불고 있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일이기도 하다. 제조업 중심 시대에는 시키는 일을 열심히 잘 해내는 모범생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기계와 인간이 경쟁해야 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현재의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융합하며, 스스로 일을 찾아 주변 동료와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험인재가 필요하다.”

이 총장은 혁신적 사고를 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구체적으로 오프캠퍼스(Off Campus)와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프캠퍼스는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최소 한 학기 이상 다른 나라나 특정 지역으로 가서 현지 언어, 문화, 생활방식 등을 습득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감각과 타문화 포용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으로 매년 20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 ‘거주형 대학’으로 일컬어지는 레지덴셜 칼리지는 기숙사가 단순 거주 공간이라는 기존 관념을 완전히 깬 프로그램이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낮에는 학과에서 교양과 전공 공부를 하고, 저녁에는 기숙사로 돌아와 문제 해결 능력과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스킬, 문화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기숙사를 전인(全人)·전일(全日)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신입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한다.


연구와 임상 중심의 약대 절실

 
두번째로 대학의 본령인 연구 분야에선 전북대의 7대 연구소를 집중 육성해 월드클래스로 브랜드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북대는 △아시아 최대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세계 5위 규모의 고온플라즈마응용연구센터 △국내 대학 최대의 식물공장 및 LED농생명융합기술연구센터 △280억 원을 투입한 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 △원자폭탄을 최초로 개발한 미국 로스알라모스연구소 분원 △유네스코 NGO로 선정된 무형문화연구소 △한국 과학문명사를 집대성한 한국과학문명연구소 등 쟁쟁한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몇몇 연구소는 관련 학부 및 학과와 연계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다고도 한다. 이 총장은 월드클래스 육성과 관련해 재임중 꼭 성공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밝혔다. 바로 약학대학 유치다.

“우리 대학의 경쟁력 향상과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다. 전북의 핵심 전략 산업중 하나가 농생명 바이오산업이다. 특히 농생명 분야의 천연소재를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 사업이 그 핵심인데, 정작 이를 위한 약대가 전북대엔 없다. 우리 대학이 생각하는 약대는 단순히 개업 약사만을 양성하는 1차적 소임을 넘어 천연소재의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임상 중심의 약대, 즉 성숙한 약대다. 전북대는 이미 의대와 치대, 수의과대, 자연과학대, 대학병원 등 관련 학문 체계를 잘 갖추고 있어 약대를 유치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면 약대 역시 월드클래스 학문 분야 육성과 더불어 세계적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명품 한옥 캠퍼스 조성

 
전북대의 모험인재 양성과 월드클래스 육성이 ‘온리 원 브랜드’를 위한 소프트웨어 전략이라면,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구축과 캠퍼스 둘레길 조성은 하드웨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 총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전통 한옥식으로 지어지는 국제컨벤션센터 조감도.
전통 한옥식으로 지어지는 국제컨벤션센터 조감도.
“대학의 고유 브랜드를 만드는 데 있어서 지역적 특징과 자산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해 1000만 명이 방문하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브랜드를 적극 활용해 우리 대학 정문과 국제컨벤션센터, 법학전문대학원 등을 전통 한옥형으로 지어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바로 ‘한스타일 캠퍼스’이다. 또 우리 대학은 세계 어느 대학도 갖지 못한 천혜의 자연경관 자원을 가지고 있다. 40만 평의 캠퍼스(전주)와 바로 인접한 40만 평의 건지산 도시 숲은 우리 대학의 소중한 자산이자 전북의 보물이다. 따라서 11.4km에 달하는 캠퍼스 명품 둘레길과 건지산 수목원을 생태 공간으로 조성해 전주 한옥마을처럼 전 국민이 사랑하고 즐겨 찾는 명소로 가꿔 나가겠다.”

이 총장은 이런 작업을 통해 “스탠퍼드대학 하면 실리콘밸리, 하이델베르크대학 하면 ‘철학자의 길’이 떠오르는 것처럼, 전북대하면 명품 한옥캠퍼스와 가장 걷고 싶은 둘레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총장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올해 10월 전북대 개교 70주년 행사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교직원들이 총장실을 분주하게 들락거렸다. 이 총장에게도 남다른 감회가 있는 듯했다.

“전북대는 1947년 이리농과대학을 모태로 설립된 이후 1951년 호남·충청 지역 최초로 국립대 인가를 받아 덕진동 건지산 기슭에 터를 잡았다. 현재는 도내 7개 캠퍼스에 교수 1000여 명, 재학생 2만3000명에 이르는 매머드급 대학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처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개교 70주년 기념사업추진단을 꾸렸다. 전북대 69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대학과 지역사회의 역량을 결집해, 100년을 향한 포부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우리 대학은 빠른 변화보다는 바른 변화를 추구하며, 짧은 호흡보다는 긴 호흡으로 내다보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숙의 대학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 총장은 마지막으로 “전북대의 성장은 지역민들의 성원과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지역민들과 문화적으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다채로운 사업을 마련해 대학의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발전을 위해 교직원간 소통 역시 유난히 강조하는 이 총장은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는 표현을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이남호 총장은

1984년 서울대 임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부터 익산대학, 전북대 교수로 재직하며 국립산림과학원 겸임연구관, 전북생명의숲 운영위원, 전북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장, 전북대 산학협력단장 등을 지냈다. 2014년 12월 전북대 17대 총장에 취임한 이후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평가인증위원장 및 이사, 전북현대모터스축구단명예홍보대사, 전주한지문화축제조직위원장, 거점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전주=안영배 전문기자 ojong@donga.com
#4차산업혁명#전북대 이남호 총장#전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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