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살해한 환경미화원 다른 동료들 “오늘에야 알아”…돈 노린 계획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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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20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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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사진=채널A
“저희도 지금 오늘에서야 기사 내용을 보고 알았다. 막 놀란 상황이다.”

함께 일하던 동료를 살해해 쓰레기 소각장에 시신을 버린 환경미화원 이모 씨(50)의 동료들은 20일 채널A와 인터뷰에서 이 씨의 범행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동료들이 1년 가까이 이 씨의 범행을 눈치 채지 못한 건 이 씨의 치밀한 행동 때문이었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에 따르면 전주시의 한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이 씨는 지난해 4월 4일 오후 6시 30분경 전주시 완산구 자신의 원룸에서 동료 Y모 씨(59)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범행 다음 날인 5일 오후 6시경 Y 씨의 시신을 검은색 비닐봉지 15장으로 겹겹이 싸 일반 쓰레기로 위장했다. 여기에 다시 옷가지와 이불로 시신을 감싼 뒤 100L짜리 종량제봉투에 넣어 평소 자신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구역인 초등학교 앞 쓰레기장에 갖다놓았다.

6일 오전 6시 10분경 평소처럼 출근한 이 씨는 Y 씨의 시신이 담긴 봉투를 쓰레기차량으로 수거한 뒤 완산구 상림동 소각장에 유기했다.

이후에도 이 씨는 치밀한 행동으로 자신의 범행을 숨겼다. 경기지역의 한 병원의 도장이 찍힌 위조 진단서를 만든 이 씨는 허리디스크로 판명된다는 위조 진단서와 함께 Y 씨의 이름이 적힌 휴직계를 팩스로 구청에 보냈다. 구청은 5월 Y 씨의 휴직을 허가했다.

이 씨는 Y 씨의 가족도 속였다. 이 씨는 Y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Y 씨 자녀에게 ‘아빠는 잘 지내고 있다’ 등의 안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60만 원씩 세 차례에 걸쳐 생활비를 보내고, 대학 등록금까지 송금했다.

그러나 Y 씨의 딸은 지난해 12월 오랜 기간 아버지와 직접 통화하지 못하자 이상하게 생각해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다. 가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전주의 한 노래방에서 Y 씨의 신용카드 사용기록을 파악한 뒤 실종사건을 강력사건으로 전환했다. 사용자가 Y 씨가 아닌 이 씨로 확인됐기 때문.

경찰은 이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7일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씨는 인천으로 달아났고 17일 PC방에서 검거됐다.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던 이 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으러 가던 중 범행을 털어놨다.

이 씨는 “함께 술을 마시던 Y 씨가 내 가발을 잡아당기며 욕설을 해 홧김에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씨가 Y 씨로부터 범행 전 8750만 원을 빌린 만큼 계획적인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씨는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전주완산경찰서로 들어서는 자리에서 ‘왜 살해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냐’는 물음엔 “죄송하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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