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서아시아 해양패권 겨냥… 항구 운영권 잇달아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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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阿연결 전략요충지 장악
미얀마 최대항구 인수협상 나서… 2년전 파키스탄 항구 소유권 확보
스리랑카-방글라데시에도 눈독… 美-日, 군사기지 전용 가능성 우려

중국이 중동·아프리카로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에 위치한 각국 항구들의 운영권을 장악하며 미국과의 전략적 패권 경쟁 기반을 다지고 있다.

홍콩 밍(明)보는 7일 중국 국영기업 중신(中信)집단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미얀마 최대 항구인 서부 아라칸 주 차우퓨 항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이 타결되면 중신집단 컨소시엄은 약 73억 달러에 이르는 항구 지분의 70∼85%를 확보하게 된다. 미얀마 정부는 항구 통제권을 잃게 되지만 재정난 때문에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밍보는 전했다.

중국과 미얀마는 지난달 12일부터 차우퓨 항에서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 간 771km에 이르는 송유관 시험 운용에 들어갔다. 이 송유관이 가동되면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이 큰 말라카 해협을 통하지 않고 육상을 통해 연간 2200만 t 규모의 중동산 원유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게 된다.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큰 이점을 갖게 되는 셈이다. 밍보는 “중국은 미얀마와 갈등을 빚고 있는 미초네 댐 건설을 포기하면서까지 차우퓨 항 지분 매입에 나설 정도로 전략적으로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 운영권을 2013년 2월 얻어낸 뒤 2015년 4월 소유권까지 확보한 것도 이곳이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과 약 400km 떨어진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과다르 항으로 들여온 석유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카스(카슈가르)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통해 수송할 계획이다.

중국은 올해 1월에는 스리랑카 남부의 함반토타 항에 14억 달러를 들여 새로운 항구를 건설하기로 했다. 중국이 항구 관리회사의 지분 80%를 보유하며 99년간 관리 운영하기로 스리랑카 정부와 합의했다. 4월에는 수도 콜롬보의 항구 개발 사업도 1년여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미국 일본 인도 등은 인도양의 요충에 위치한 스리랑카의 주요 항구들이 잇따라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가자 우려를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뿐만 아니라 군항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1일 일본을 방문한 라닐 위크레마싱헤 스리랑카 총리는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군항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방글라데시 벵골 만에 있는 소나디아 섬에 항구를 건설하는 것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4월에는 중국 국영기업 원양운수(코스코)를 통해 그리스 최대 항구 피레에프스 항 지분을 매입했다.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매각하기로 약속한 급매물을 3억6850만 유로(약 4840억 원)에 지분 67%를 사들인 것이다. 중국은 피레에프스 항 운영권 확보를 통해 유럽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중국은 지중해와 홍해로 들어가는 중동 관문인 지부티공화국 지부티 항에도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2014년 2월 해군이 항구사용권을 가질 수 있는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군사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동#아프리카#중국#항구#운영권#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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