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은 돼지저금통 아냐”, “G6 공동성명은 거짓” 판을 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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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갈등만 키우고 폐막
트뤼도, 트럼프 출국후 성명 발표… “관세장벽 배격 모든 정상 합의”
트럼프, 싱가포르行 전용기서 발끈… “美대표단에 승인말라고 지시” 트윗
“무역전쟁 보복? 실수하는것” 경고… 러 G7 복귀도 제안 ‘또다른 뇌관’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

9일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치면서 의장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모든 정상이 합의했다”며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틀간의 정상회의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머지 6개국 정상이 대립했던 점을 고려하면 공동성명서 채택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관세장벽에 관한 표현은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 부과를 결정한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공동성명 발표 당시 북-미 정상회담 참석차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날아가던 중이던 트럼프 미 대통령은 몇 시간 뒤 트위터에 “공동성명을 승인하지 말라고 미 대표단에 지시했다. 쥐스탱의 거짓 성명서”라며 발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겨냥해 “정상회의에서 온화하고 부드럽게 행동해 놓고 내가 떠난 이후에 기자회견을 했다. 매우 정직하지 못하고 나약하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인은 예의 바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지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독일 정부는 트위터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각국 정상이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에워싸고 공격하는 듯한 사진을 올렸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 타깃이 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6개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철회하라며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미국)는 모두에게 털리는 돼지저금통이 아니다”라며 맞섰다. 회의장에선 정상들 간 고성이 오갔고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난무했다고 한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 관료는 “미국 대통령과 나머지 정상들 간에 열변을 토하는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며 “큰소리를 내며 긴 토론이 이어졌고 정말 흔치 않은 회의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폐막일인 9일 회의장에 가장 늦게 도착해 가장 먼저 떠났다. 이날 아침 회의 시작 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자 트뤼도 총리는 기다리지 않고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장을 떠나기 전 홀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G6 국가를 향해 불만과 압박을 쏟아냈다. 그는 “나는 무역전쟁에서 꼼짝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손해를 보는 이 상황이 바뀔 거라고 희망하는 게 아니라 100% 바뀐다”며 “미국의 사이즈는 다른 국가들이 무역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G6 국가를 향해 “보복하면 실수하는 것”이라는 협박도 남겼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가던 길에 그리스 크레타섬에 중간 급유차 착륙했을 때 “다른 국가들은 미국이 항상 그들의 (돈을 대는) 은행이 될 거라고 기대했겠지만 대통령은 오늘 그걸 명확히 했다. 더 이상은 아니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G7 회의에 복귀시키자”고 공식 제안했다. 이란 핵협상 파기,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G6 국가와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을 터뜨린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정상이 이를 반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g7 정상회의#공동성명#트럼프#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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