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좋은 소식” 흡족… 백악관 내부선 ‘김정은의 덫’ 경계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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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 중단 선언]트럼프, 北발표 1시간 만에 트윗
5시간뒤 또 “모든 이를 위한 진전”, “김정은 쉽게 핵 포기할리 없어”
美 안보 전문가들 회의적 전망에 트럼프 “시간 지나봐야 알수있어”
日 “최대한의 압박 변함없어”, 러 “한반도 긴장 완화 계기될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신속했다. 북한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중지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발표한 지 1시간여 만에 트위터로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북한과 세계에 매우 좋은 소식이자 큰 진전이다.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적었다. 북-미 정상회담 전망을 밝게 하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5시간 뒤 한 번 더 트위터에 “모든 이들을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글을 올리며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5시간 간격으로 올린 트위터 메시지. 북한 발표 한 시간 뒤 "북한이 모든 핵실험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매우 좋은 소식"(위)이라고 적었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모두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5시간 간격으로 올린 트위터 메시지. 북한 발표 한 시간 뒤 "북한이 모든 핵실험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매우 좋은 소식"(위)이라고 적었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모두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대환영과는 달리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왔던 백악관 관리들의 반응은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인사들이 이번 발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놓은 덫일 수 있다는 경계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1999년 북한을 방문해 핵실험 중단과 경제 지원을 골자로 하는 ‘페리 프로세스’를 만들어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온갖 비난과 굴욕 속에서도 완성시킨 핵능력인데 이를 쉽게 포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정은은 비핵화 일정을 크게 늦춰 나중에는 흐지부지되는 것을 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벤저민 실버스타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외교학)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자신감과 능력 과시가 이번 발표의 숨은 의미”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국장이었던 존 울프스탈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북-미 대화 의도를 밝힌 뒤부터 김정은은 타협과 양보의 제안을 줄지어 하고 있고, 미국은 그냥 받는 입장이다”며 “이는 북-미 정상회담 실패 시 책임은 자신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는 것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내 회의론 확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오전 트위터에 “일들(북한 비핵화)이 잘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오래전에 해야 했던 것”이라며 전임 행정부들을 비난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북한 발표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충분하지 않다는 복잡한 반응을 보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1일 기자들에게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핵과 대량살상무기, 그리고 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다. 확실히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최대한의 압력으로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하게 하겠다는 일본의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21일 “북한의 결정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동북아시아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한 단계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뉴욕=박용 / 도쿄=서영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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