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의 자충수… 공개한 e메일이 ‘러 내통’ 증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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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캠프 ‘러 내통’ 의혹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대선 기간 러시아 인사들과의 회동에 앞서 교환한 e메일 내용을 공개하면서 러시아 스캔들이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할 로버트 뮬러 특검은 트럼프 주니어의 e메일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11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러시아 여성 변호사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와 자신의 회동을 주선한 러시아 팝스타 에민 아갈라로프의 대리인과 나눈 복수의 e메일 내용 전체를 공개했다. 스스로 밝힌 대로 ‘완벽하게 투명하게 하기 위해’ 둔 초강수였다.

트럼프 주니어가 베셀니츠카야를 만나기 6일 전인 지난해 6월 3일. 러시아 팝스타 에민의 홍보 대리인 롭 골드스톤은 트럼프 주니어에게 e메일을 보내 “러시아 ‘크라운 검찰총장’이 에민의 아버지 아라스를 만나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 한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를 지원하는 매우 민감한 내용이다.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라고 묻는다. 트럼프 주니어는 17분 후 “감사하다. 그런 내용이라면 나는 매우 좋다”고 회신한다. 러시아 정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제공하겠다고 분명한 의사를 표시했고 트럼프 주니어도 이를 받아들였다.


만남 3일 전인 6일 두 사람은 하루 동안에만 6차례 e메일을 주고받으며 러시아 정부 측의 제보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상의한다. 7일 골드스톤은 “러시아 정부의 변호사가 모스크바에서 직접 날아와 만나고자 한다”고 트럼프 주니어에게 알리고 보안 조치를 미리 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트럼프 주니어와 베셀니츠카야 변호사를 실질적으로 연결한 에민과 아라스의 역할도 주목된다. 에민은 2013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러시아에 유치하는 과정에서 대회 소유주 트럼프를 만나 친분을 쌓았고, 부동산 부호이자 푸틴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친(親)정부 인사인 그의 아버지 아라스도 트럼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e메일 공개 후 논란이 확산되자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의 회동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이어 “만남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야말로 (시간을) 낭비한 부끄러운 20분이었다”며 “e메일을 주고받은 것은 상대 후보(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조사 차원이었지만 아무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필요하면 의회에서 관련 증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류 언론들과 야당인 민주당은 역으로 이것이 러시아 스캔들의 실증적 증거라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트럼프 주니어와 베셀니츠카야 변호사의 만남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NYT는 11일 “이보다 더 구체적일 수 없다”고 평가하고 트럼프 주니어가 베셀니츠카야를 만난 곳은 트럼프 후보의 사무실 바로 아래 층이라고 지적했다. 의혹의 정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는 뜻이다.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브라이언 팰런도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런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고 흥분했다.

특히 베셀니츠카야가 문제의 e메일에서 러시아 정부 변호사로 언급된 만큼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그가 러시아 정부 공식 직책이 없는 데다 크렘린을 위해 일한 걸 부인하고 크렘린도 그를 모른다고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주니어가 접촉한 러시아인들이 ‘러시아 정부와 직결된 믿을 수 있는 인사’라는 점이 드러나야 하는 만큼 결국 특검 조사를 해봐야 의혹의 진위를 가릴 수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트럼프 주니어와 베셀니츠카야의 만남에 동석한 것도 트럼프 측의 추가 설명과 특검의 수사가 필요한 대목으로 꼽힌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구자룡 기자
#트럼프#러시아 내통#e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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