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쇼크’ 국제금융시장 출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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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무부 ‘러 스캔들’ 특검결정에 다우, 올들어 최대폭 1.78% 급락
엔화 강세… 국제금값도 2% 껑충
코스피 0.27%↓… “큰 영향 없을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에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미 증시가 급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 한국 등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트럼프 랠리’(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대감에 따른 상승장)의 막을 내리고 금융시장의 단기적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했다.

17일(현지 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78% 하락한 20,606.93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최대 하락폭이다. 이날 하루 만에 지난 한 달간의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나스닥지수도 2.57% 하락한 6,011.24로 6,000 선을 위협받았다. 투자심리가 불안할 때 급등해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42.72% 치솟았다.

그동안 미 증시는 트럼프 정부의 대대적인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순항했다. 하지만 미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 및 연방수사국(FBI)에 대한 수사 외압설에 이어 미 법무부가 특검 수사까지 결정하자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제 ‘트럼프 페이드(fade·쇠퇴)’가 시작됐다”며 트럼프 랠리가 막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미 연방기금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6월 미국의 금리 인상 확률은 종전의 74%에서 62%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는 추락했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는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국제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67% 하락한 97.45로 약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1.9% 하락(엔화 가치는 상승)해 110엔대까지 떨어졌고 국제 금값은 2% 가까이 뛰었다.

달러 약세에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신흥국 통화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2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124.5원에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미 증시 급락 여파에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0.27% 하락한 2,286.82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2,260 선 후반까지 밀려났지만 외국인이 장 막판 매수로 전환하면서 낙폭을 줄였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급등했는데, 트럼프 리스크가 증시 조정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분석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32% 하락 마감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46%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발 정치적 불확실성이 세계 금융시장의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국내 시장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신중한 견해도 나온다. 국내 기업 실적이 좋은 데다 수출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충격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지면 보호무역주의 압력도 줄어들어 교역이 늘고 지정학적 긴장감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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