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 트럼프 vs ‘자유무역’ 유럽 빅4, 스위스서 불꽃 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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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23일 개막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 위 사진부터). AP 뉴시스·동아일보DB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 위 사진부터). AP 뉴시스·동아일보DB
《23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남동쪽으로 92마일 떨어진 작은 마을 다보스에 전 세계 별들이 뜬다. 개막 첫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의 개막식 연설로 문을 열고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폐막식 전 연설로 문을 닫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영리 국제기구로 꼽히는 WEF의 다보스포럼은 ‘경제올림픽’으로 불린다. 올해 70개국 정상과 기업인 1900명 등 2500명 이상이 모여 ‘분절된 세계에서 공유의 미래 창조’란 주제로 전 세계 공동 번영의 길을 찾을 예정이다. 》


다보스포럼은 1971년 독일 출신의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가 처음 만들었다. 그는 지금도 ‘다보스포럼’을 주최하는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다. 올해 80번째 생일을 맞는 그가 46년 전 WEF를 만든 건 유럽 대륙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미국 회사에 대항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보스포럼을 지탱해 온 건 미국이었다. 다보스포럼 전체 연간 수입액 3억 달러 중 2억4500만 달러를 미국이 차지할 정도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전례 없이 미국과 유럽 정상이 총출동해 한판 승부를 벌인다.

○ 시진핑 vs 트럼프


지난해 다보스포럼을 장악한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사회주의의 상징인 중국 정상이 자유무역의 상징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것도 놀라웠지만 “중국은 열려 있다. 글로벌 지도자들은 개방과 협력에 힘써야 한다”며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나선 그의 메시지는 더욱 충격이었다. 이는 누가 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었다.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를 파고들어 글로벌 리더, 진정한 빅2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었다.

지난해 주도권을 빼앗긴 미국은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출격한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2000년 빌 클린턴 이후 18년 만의 다보스포럼 참석이다.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변수가 생겼지만 아직까지는 참석이 유력하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분절된 세계에 공유된 미래의 창조’. 트럼프 대통령으로 촉발된 국제 안보, 환경, 글로벌 경제 분열의 해결책을 찾는 자리다. 최근 WEF가 전문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트럼프 대통령이 대변하고 있는 ‘스트롱맨 리더십’ 때문에 경제가 악화되고 정치 대립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보스 주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비즈니스의 정치학’이 깔려 있다는 게 CNN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파격적인 법인세 감세를 골자로 의회에서 통과시킨 세제개편안의 최대 수혜자인 만큼 자신의 업적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6일 폐막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의 우려를 불식하기보다는 ‘마이웨이’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기업, 미국 산업, 미국 노동자를 위해 참석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시 주석이 불참하는 대신 그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대표로 참석한다. 10년 전 30명도 채 안 됐던 중국의 대표 참석자는 올해 111명으로 늘었다.

○ 트럼프 vs 유럽

시 주석이 빠진 자리엔 유럽이 트럼프의 대항마로 나선다. 막판 대연정 타결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합류하면서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빅4 국가 정상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EU 집행위원장으로서는 20년 만에 참석한다.

특히 올해 주목을 끄는 인물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미국 CNBC는 “지난해 다보스포럼 스타가 시 주석이었다면 올해는 마크롱 대통령”이라며 “세계화를 옹호하는 ‘다보스맨’인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WEF 주제를 대표하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4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서 자유무역과 유럽 통합을 옹호하고 국가주의의 부상을 견제하며 기후변화 공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지난해 9월 유엔 기조연설에서 일방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와 자유의 가치와 다극주의, 개방된 세계를 주장한 마크롱의 차이는 극명했다”며 “자유민주주의의 미래는 다보스포럼에서 만나는 두 명의 매버릭(이단아)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기업인들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다. 22일 프랑스 파리 근교 베르사유궁에서 주재한 콘퍼런스에는 ‘미니 다보스’로 불릴 만큼 페이스북, 코카콜라,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140명이 대거 참석했다.

○ 다보스, “미래를 공유하자”


다보스포럼의 올해 주제는 ‘공유된 미래’를 만드는 데 있다. 국가 간의 다툼뿐 아니라 소셜미디어 확대와 4차 산업혁명 등 예상치 못한 기술 발전으로 개인, 기업, 국가 등 각 주체가 상호 불신과 혼란에 빠진 상황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는 여러 세션이 준비돼 있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관심 분야로 떠오른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관련 세션이 대표적이다. 25일 ‘가상자산 거품’이란 주제로 열릴 대담에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세실리야 스킹슬리 스웨덴 중앙은행 부행장 등이 패널로 나서 가상통화가 금융위기의 씨앗이 될 우려는 없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아이덴티티’ ‘진전된 기술통제’ 등 가상통화의 기술적 기반인 블록체인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세션들도 준비돼 있다.

지난해 ‘미투(#MeToo)’ 열풍 이후 성평등도 올해 주요 의제 중 하나다. 2013년 한 명뿐이었던 다보스포럼 의장 자리 7개는 올해 모두 여성으로 채워졌다. 참석자의 21%에 달하는 여성 비율도 역대 최고다. 다포스포럼은 개최 직전 “정보기술(IT) 분야를 비롯해 고성장 산업 부문에서 남녀 간 임금과 지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WEF가 뽑은 전 세계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상 기후가 차지했다. 올해 리스크 2, 3위에는 각각 자연 재해와 사이버 공격이 뽑혔다. 다보스는 현재 폭설로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진 상황이다. 참석자들의 불편함을 우려하는 언론의 질문에 슈바프 회장은 21일 “환경은 다보스포럼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이 폭설은 다보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한국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포용적 성장을 위한 사람중심 경제’를 설명하고 한반도 정세 세션에 토론자로 참석한다. 25일에는 ‘한국 평창의 밤’을 개최해 전 세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에 나선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위은지 기자
#트럼프#유럽#다보스포럼#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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