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극우정당, 심상찮은 총선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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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출신 유권자들 AfD 지지
최대 89석 획득… 원내 3당 부상 전망

독일의 반유럽연합(EU), 반난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첫 극우 정당 의회 진입을 넘어 제3당까지 치고 올라갈 기세다.

17일 독일 일간지 빌트 여론조사에서 AfD는 11%를 얻어 기독민주당(36%)과 사회민주당(2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AfD는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마지막 설문조사 5개 중 4개에서 3위를 기록했다.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24일 총선에서 AfD가 연방의회 703석 중 최대 89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240만 명에 이르는 독일의 가장 큰 소수민족인 옛 소련 출신들이 대거 러시아와 친한 AfD로 몰리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서베를린에 비해 낙후된 동베를린의 경우 사회 정의와 평등을 강조하는 사민당 세가 강했지만, 이번에는 옛 소련 출신들이 AfD로 지지 정당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의석수 최소 조건인 5%를 훌쩍 넘고 있어 1945년 2차 대전에서 패전한 나치당 이후 극우 정당의 첫 원내 진출은 확실시된다. 제3당에까지 오를 경우 4선 연임이 확정적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서는 골머리를 앓게 될 가능성이 크다. 메르켈 총리가 현재와 같이 사민당과 대연정이라도 할 경우에는 AfD가 사실상 제1야당이 된다. 제3당이 되면 의회 관례에 따라 부의장직과 예산위원장직을 요구할 권리도 생긴다.

2013년 탄생한 AfD는 EU 탈퇴와 난민 금지, 이슬람 예배당 설치 금지 등 극우 색채가 지나치게 강해 존재 자체가 종교 자유와 시민 권리를 해치는 반헌법적이라는 비판이 크다. 게다가 2차 대전과 나치를 옹호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총선 이후 사회 분열의 씨앗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최고 후보는 최근 연설에서 “나치의 역사를 자책할 필요도 없으며 두 차례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정치인인 알리체 바이델도 메르켈 정부를 ‘돼지’로 표현하며 “2차 세계대전 전승국의 꼭두각시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AfD에 대한 독일인의 반감이 커지면서 올해 총선 관련 2250건의 범죄 중 대부분이 AfD를 겨냥한 증오범죄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독일#총선#극우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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