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국영 러브모텔’ 부활시키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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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대륙서 출산율 가장 낮아… 갈곳 없는 커플들 위해 복원 착수

쿠바 수도 아바나 시가 시간제 국영 ‘러브모텔’ 복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4일 보도했다.

사회주의 국가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아바나 시가 정부 예산을 끌어와 국영 러브모텔을 복원하려는 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아바나 시내 광장이나 유명한 말레콘 해변에 가보면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커플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관광객들의 눈에는 이런 풍경이 쿠바의 열정과 자유분방함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쿠바는 이혼율이 60∼70%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성인이 평생 세 번 정도 이혼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렇게 개방된 쿠바지만 러브모텔은 전혀 없다. 과거엔 많았지만 1990년대 심각한 경제난을 겪은 이후 모두 없어졌다. 일부는 허리케인 대피소로 이용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인 주택이 러브모텔을 대신했다. 이들은 에어컨과 냉장고, 침대가 갖춰져 있는 방을 3시간 정도 빌려주고 5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1인당 월평균 수입이 30달러도 채 되지 않는 형편에서 이는 매우 비싼 가격이다. 결국 커플들이 갈 곳은 광장과 해변밖에 없는 셈이다.

아바나 시는 이런 실정을 감안해 예산을 투입해 과거의 러브모텔들을 복원하기로 했다. 시 당국은 우선 모텔 5개를 복구해 개인들보다 싸게 빌려줄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이 현재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낮은 쿠바의 출산율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쿠바의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6명이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쿠바는 2050년경 세계 9위의 고령화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쿠바#국영#러브모텔#아바나#출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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