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음주 초 北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7일 1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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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다음 주 초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다. 중국 특사가 방북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변수를 고려한 조치다. 미국 정부는 최근 두 달 넘게 도발을 멈춘 북한을 주시하며 외교적 돌파구를 찾는 동시에 북한 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해 한반도 부근에서 요격하는 방안을 포함한 ‘3중 미사일 방어막’을 추진하고 있다.

● 북 테러지원국 지정 여부 내주 초 발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 초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여부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이나 직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 발표 시기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도발을 멈춘 지 60일이 넘었다는 점과 중국이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을 북한 특사로 파견한 점을 주목하며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잠시 접어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서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 큰 움직임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보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쑹타오 특사는 한국 미국 등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특사를 통해 미국은 핵미사일 개발을 용인하지 않을테니 핵을 포기하고 대화에 나오라는 뜻이 전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 두달 도발 멈춘 북한에 대화 조건 제시

북한은 올해 들어 15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수소폭탄 실험까지 자행했다. 하지만 9월 15일 이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이후 두 달 넘게 도발을 멈췄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USA투데이에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는 이유는 기술적이거나 정치적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북한이 2개월여 간 도발을 멈춘 상황을 미군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에 구체적인 대화의 조건도 제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이날 미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로 향하는 공군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북한이) (핵미사일) 실험과 개발을 중단하고 무기를 수출하지 않으면 대화를 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의 정책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이며 외교적 노력을 통해 달성할 것”이라며 “북한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를 예측하는 건은 어떤 것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쌍중단 이견 등의 변수 여전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시아 순방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과거에 실패한 동결 대 동결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여전히 ‘쌍중단(雙中斷)’을 지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허커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서로 다르다”며 이견을 인정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향후 각자 다른 입장을 가질 것이고 따라서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북핵 해법에 미중간 이견이 있으며 이를 좁히지 않으면 진전이 없다는 점에 대해 서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쌍중단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핵·미사일 도발이 ‘도덕적 등가성’을 갖는 것으로 비쳐지질 수 있다”며 “북핵 대치를 미국 행정부와 북한 김정은 간의 갈등으로 단순화시키려는 중국 프레임에 말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측면에서 쌍중단을 수용하지 않기 위한 선제적 못박기로 풀이할 수 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태평양 해역에서 시작된 미일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허커비 대변인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군사 훈련을 지속하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해법에 대한 미중간 이견이 붉거지자 미국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에 비해 대화 재개엔 서툴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핵정책프로그램 이사는 “대북 협상 재개를 위한 제대로 된 밑그림이 없어 보인다”며 “중국의 쌍중단에 대한 뾰족한 대안도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 한반도 부근에서 미사일 요격 추진

미국은 외교적 노력과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을 차단해 핵 억지력을 높이고 향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다목적 카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백악관이 북한 미사일이 한반도 상공을 떠나기 전에 요격하기 위해 40억 달러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방어청(MDA)가 올해 80억 달러를 받은 것에 더해 새로운 북한 미사일 요격 방법 개발을 위한 추가 예산을 요구한 것이다.

NYT에 따르면 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부근 요격은 ‘발사 전 단계(Left lunch)’와 ‘발시 직후’ 단계에 이뤄진다. 미사일 발사 징후가 보이면 사이버 무기를 활용해 북한의 통제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미사일 발사된 직후엔 한반도 부근을 떠나기 전에 드론(무인항공기)나 스텔스 전투기를 활용해 요격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다가 미 서부 해안에서 대기권을 재진입한 핵탄두를 요격하는 ‘3중 방어막’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의 인터넷 의존도가 낮아 사이버무기 활용도가 낮은 데다 드론의 레이저 요격은 2025년 이후에나 상용화가 될 수 있으며 한반도 상공에서 북 미사일을 요격할 경우 북한의 반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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