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송환 놓고 ‘증오의 악순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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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 “안전보장 안된 미얀마 못가”
찬성했던 캠프 지도자들 연쇄 피살… 방글라 “문제 해결 안됐다” 송환 연기

로힝야족의 비극이 2018년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3일 시작될 예정이었던 방글라데시 내 로힝야족 난민의 미얀마 송환 작전이 하루 전 갑작스럽게 연기된 가운데 송환 문제를 놓고 난민 내부에서 분열이 발생하고 있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 정부와 갈등을 빚어 온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은 지난해 8월 정부와의 유혈 충돌 이후 65만 명 이상이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2일 미얀마 접경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있는 발루칼리 난민캠프의 로힝야족 지도자 유수프 알리가 캠프 내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언론은 그가 난민 송환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전해 그의 피살에 송환 반대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힝야족 지도자의 피살이 처음은 아니다. 콕스바자르의 또 다른 난민캠프인 타즈니마르고나 캠프 지도자였던 무함마드 유수프도 19일 괴한에게 목숨을 잃었다. 유수프의 부인은 “마스크를 쓴 무장 괴한 20명이 집에 쳐들어와 남편의 입안으로 총을 쐈다”며 “그들은 로힝야족 말을 했는데 남편에게 ‘왜 내 이름을 리스트에 올렸느냐’며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로힝야족 지도자들이 최근 방글라데시 군인들로부터 난민 중 미얀마로 송환할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정부는 난민캠프에 수용돼 있는 로힝야족을 23일부터 2년에 걸쳐 본국으로 송환하는 데 합의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해 8월 유혈 충돌을 일으켰던 로힝야족 반군 무장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 때문에 자국의 치안이 불안해질 것을 우려해 왔다. 미얀마 정부 역시 ‘인종 청소를 자행하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표면적으로라도 로힝야족 난민을 다시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정부는 22일 “로힝야족 송환 개시일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아불 칼람 방글라데시 난민 송환 담당자는 “본국 송환은 난민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아직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송환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송환 개시일이 다가오면서 로힝야족의 불만이 표출돼 왔다. 대다수 로힝야족은 미얀마 시민권과 안전이 보장되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RSA는 20일 성명에서 “본국으로 송환된 난민들을 임시수용소에 한두 달간 머물게 한 뒤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미얀마 정부의 얘기는 기만적이고 사기꾼 같은 제안”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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