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에 환호한 히잡… 사우디, 35년만에 문 연 상업영화관서 상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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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왕세자 개혁조치로 부활
초대된 유명인사들 “잊지못할 밤”, 2030년까지 영화관 350곳 개관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화관이 다시 태어난 밤이었다. 19일 아랍뉴스와 사우디가제트 등 사우디 현지 언론은 전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 압둘라 금융지구에 문을 연 영화관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 팬서’가 상영됐다고 보도했다. 아랍뉴스는 “사우디에서 상업영화관이 문을 연 건 35년 만이다”라며 “잊지 못할 밤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상영에는 사우디 유명인사 등 500명만 초대됐다. 일반 관객은 20일부터 영화를 볼 수 있다. 리마 빈트 반다르 사우디 공주는 “이곳에 오게 돼 영광”이라며 “내가 오늘 저녁에 경험하는 것을 모두가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우디에서는 1970년대만 해도 영화관이 있었다. 하지만 1979년 이란이 이슬람 혁명으로 보수적인 신정일치 통치로 급변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사우디 역시 이슬람 부흥운동이 일어나면서 1980년대 초 모든 영화관이 폐쇄됐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지난달부터 상업영화관 영업면허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권력 이양을 받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의 정치, 경제, 사회를 파격적으로 뒤흔드는 개혁 조치 ‘비전 2030’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상업영화관의 부활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날 상영 행사에 참석한 아와드 알라와드 사우디 공보부 장관은 “사우디가 보다 활기찬 경제와 사회로 변모하는 상징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350개 안팎의 영화관을 열고 2500개가 넘는 상영관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10억 달러(약 1조69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3만 개의 새 일자리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의 영화는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사우디 여성 감독이 만든 사우디 최초의 상업영화 ‘와즈다’는 이동의 자유가 없는 사우디 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고발했다. 이 영화는 2012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출품돼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그 결과 사우디 여성들은 23년 만에 공공장소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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