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에브리싱’ 사우디 왕세자의 불안한 독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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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도 완전 장악… 숙청 사실상 성공… 파격적 개혁 속 견제세력 없어
“카타르 단교 등 이란 힘만 키워줘”… 왕족 내부 불만… 돌발사태 가능성도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32·사진)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뉴스메이커가 됐다. 왕자 최소 11명을 포함해 정·관계 주요 인사들을 부정부패, 업무과실 등의 혐의로 체포 또는 직위해제하는 ‘사우디판 적폐청산’ 작업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이번 숙청 작업은 사실상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최고 정예군인 국가수비대 장관으로 한때 왕세자 후보로도 거론됐던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를 큰 무리 없이 체포했다는 건 사실상 군도 완전히 장악했다는 뜻”이라며 “본격적인 왕위 계승 작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며 장녀 이방카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수차례 회동해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고, 아랍권의 적국인 이스라엘도 비밀리에 방문했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로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성향도 갖췄다. 또한 △여성 운전 허용 △친환경 신도시 건설 △비(非)석유산업 육성 등을 추진해 사우디 ‘개혁의 아이콘’과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무함마드의 사우디’가 점점 현실이 되면서 그의 문제점도 부각되고 있다. 주변에 비판자나 조언자 역할을 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사우디 정세에 밝은 한 소식통은 “아버지(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도 더 이상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책이나 방침에 특별한 지적을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많다”며 “국정 경험이 부족한 30대 젊은 리더가 주변에 강력한 조언자나 비판자가 없다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본 많은 사람들이 ‘똑똑하고 실용적이며 소탈한 면도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가 신중함과 인내심을 갖췄다는 평가는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안팎에선 △카타르 단교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 △사우디 내부 시아파 탄압 △예멘 후티 반군 공습 등을 무함마드 왕세자가 밀어붙인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는다. 카타르 단교와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은 오히려 이란의 힘만 키워주는 결과를 낳았다. 예멘 공습은 예멘의 기근과 콜레라 창궐 등을 심화시켜 오히려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문제만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자국 내 시아파 탄압으로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사우디는 최근 동부 시아파 거주 지역에 대대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이웃 나라 카타르처럼 사우디도 살만 국왕이 살아 있을 때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 있다는 전망도 끊이질 않는다. 이 경우 무함마드 왕세자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살만 국왕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왕위에 오를 경우 어떤 인사를 왕세자에 책봉하느냐가 큰 논란거리다.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왕세자가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국정 운영 시스템을 갖고 있다. 결국 무함마드 왕세자의 나이를 고려할 때 누구를 책봉하든 간에 잠재적으로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기득권을 잃게 될 왕족들의 불만으로 내부 갈등이 강하게 터져 나오고 다양한 형태의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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