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민들, 개혁개방 노선에 손 들어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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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니 대통령, 재선 성공
57% 득표 강경보수 라이시 눌러… 로하니 “젊은이에 더많은 기회 줄것”
개혁추진, 하메네이 견제가 변수… 경제성장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

19일 치러진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중도개혁 성향의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69)이 압승을 거두며 재선에 성공했다. 2015년 서방과의 핵협상을 주도했던 로하니가 2021년까지 집권하게 되면서 개혁개방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메르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내무부는 20일 오후 2시 로하니가 57.1%를 득표해 강경보수파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38.3%)를 18.8%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서 당선이 확정됐다.

이번 대선은 서방과의 핵협상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짙었다. 중도개혁파와 강경보수파의 뜨거운 진영 대결 열기를 보여주듯 대선 당일 밤 12시까지 투표 시간이 세 차례 연장됐다. 최종 투표율(4122만 명)은 73%로 집계됐다.

로하니는 이날 내무부의 당선 발표가 나온 뒤 자신의 이란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늘의 승리는 이란 국민의 것”이라며 “선거 공약을 지키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트위터는 이란에서 금지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지만 고위 지도자와 관공서는 예외적으로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다. 당선 수락 연설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먼저 소감을 밝힌 것은 인터넷 제한을 완화해 표현의 자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로하니는 이어 국영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당선 수락 연설에서 “이번 대선 결과는 이란이 폭력과 극단주의를 버리고 세계와의 교류를 택한 것”이라며 “세계를 향해 이란을 더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란 젊은이에게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 정의와 개인의 자유, 정치적 관용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상호 존중과 국가 이익에 기반을 두고 세계와의 관계를 넓힐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로하니는 이날 TV 연설에서 이란 미디어에서 언급이 금지된 개혁 진영의 정신적 지도자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을 ‘형제’라고 칭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로하니는 재선되면 하타미를 포함한 개혁 진영 지도자들에 대한 가택연금 등의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공약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로하니의 이날 발언은 강경보수파인 시아파 종교권력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에선 1인자인 최고 지도자 권력이 막강해 대통령의 역할이 제한적이다. 최고 지도자는 대통령의 모든 정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대선 기간에 로하니의 경쟁자인 라이시를 암암리에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하니 재선은 개혁파엔 미래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분명한 청신호다. 특히 78세의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하메네이의 자리를 로하니가 이어받을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자신이 아니라도 대통령으로서 자신에게 친화적인 인물을 차기 최고 지도자로 세우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로하니는 향후 4년 동안 강경보수파의 반발을 딛고 청년층과 중산층의 변화 열망을 현실화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테헤란 시민 아라시 제란마예(29)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으니 이제 로하니가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말했다.

더딘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끌어올리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는 서방과의 핵협상 타결에 따른 경제성장 성과였다. 비판론자들은 선거 기간 내내 “서방에 의존하려는 경제정책은 실패했다”며 로하니를 공격했다.

최근 이란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규탄하며 신규 제재를 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남은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일은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힌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로하니가 재선된 직후 “이란이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바꾸길 원한다면 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민주적 개혁을 이뤄내 달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 헤즈볼라 등 테러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협상’이라며 폐기를 공약한 이란 핵협상에 대한 공세를 로하니가 잘 방어할지도 관건이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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