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화법은 신호등 무시 화법” ‘사학 스캔들’ 답변에 뿔난 日네티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0일 16시 09분


코멘트

일본 아베 총리의 답변 방식을 빨강 노랑 파랑 신호등으로 분류해 보니,
동문서답하는 빨간 색 답변이 34%,
대답은 안 하고 질문 내용을 반복하는 노란 색이 41%,
의미 없는 접속사나 부사의 회색 답변도 21%,
제대로 대답한 파란색은 4%에 불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답변 방식은 ‘교통 신호’ 무시 화법인가.

최근 각종 사학 스캔들에 대한 추궁을 받고 있는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모호하게 답을 하거나 질문의 취지에 맞지 않게 얘기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일본에서 아베 총리의 화법을 분석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답변 내용을 신호등 색으로 분류해 분석하는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 회사원이 국회에 출석한 아베 총리의 답변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제대로 답을 한 비율이 10%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는 아베 총리의 답변 방식을 ‘신호 무시 화법’이라고 불리고 있다.

도쿄에 사는 회사원 이누카이 준(犬飼淳) 씨(32)는 지난달 30일 일본 국회에서 열린 당수토론에서 아베 총리와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가 벌인 19분간 토론 내용을 근거로 아베 총리의 답변 방식을 단어나 어절 단위로 분석했다. 에다노 대표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면 파란색, 질문의 내용을 반복하면 노란색, 질문과 전혀 무관한 동문서답을 하면 빨간색 신호등 색깔로 분류했다.

그 결과 빨간색이 34%, 노란색이 41% 등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은 경우가 전체의 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란색은 4%에 불과했다. 나머지 21%는 ‘그리고’ ‘정말로’ 등의 필요 없는 접속사나 부사였고 이런 내용은 회색 신호등으로 표시했다.

대표적인 빨간색 답변은 “아베 총리의 부인이 공무원을 통해 우대를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본 것이 올바른 행동인가”에 대한 질문에 “NHK 등 방송에서는 소음이 많지만 라디오를 통해서는 우리가 토론하는 내용을 잘 알아들을 수 있다”라고 대답한 경우다. “지금 이미 에다노 대표가 말했지만, 이미 몇 번 우리 당 혹은 다른 당 의원으로부터 질문 받은 내용이다”는 노란색 답변의 대표 사례.

이누카이 씨는 “이런 사실을 일본 국민들이 알기 때문에 ‘속임수’ 같은 답변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다노 대표도 최근 한 강연회에서 신호 무시 화법에 대해 언급하며 “아베 총리는 빨간 색과 노란 색으로 답변 시간을 채우고 있다. 어쨌든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쿄=김범석특파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