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후협정 이행 끝내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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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1대6으로 싸우는 형국”… 트럼프 “잔류 여부 내주 결정” 트윗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후 “전혀 만족할 수 없다. 1(미국) 대 6(나머지 6개국)으로 싸우는 형국이었다”고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2015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한 파리협정을 이행해야 한다며 6개국 정상이 설득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이를 파기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27일 오전 3시까지 계속된 실무진의 협상은 실패했다. 기자회견조차 하지 않고 미국으로 떠난 트럼프는 트위터에 “기후협정 잔류 여부를 다음 주에 결정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32페이지였던 G7 정상회의 합의문은 6장으로 줄어들었다. 기존 합의문을 지키려는 나머지 6개국과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 합의를 뒤집으려는 미국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4대 이슈 중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기후변화와 통상은 무승부였다. 통상 분야에 있어 “보호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는 유지됐지만 “모든 불공정한 통상 관행에 단호히 맞선다”는 문구가 새로 들어갔다.

반면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나 시리아 내전 상황이 악화되면 러시아를 향해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도록 경고하는 문구가 유지돼 유럽의 뜻이 반영됐다. 반면 이민과 관련해서는 주빈국인 이탈리아의 주도로 아프리카 국가의 식량을 선진국이 도와주는 안이 포함된 5페이지의 합의문 초안이 제시됐으나 국제 원조 예산을 대폭 줄인 미국의 거부로 두 문단으로 줄어들었다.

최악의 회담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유럽 내부에서는 “트럼프가 회의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는 반응도 나온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폴리티코 유럽 등이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마지막 G7 기념사진 촬영 때 주빈국인 이탈리아 총리 옆에 트럼프 자리를 배려하고 메르켈이 뒷줄로 이동한 것은 어떻게든 트럼프를 이 회의체에 끌어들이려는 회원국 의지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트럼프#기후협정#거부#메르켈#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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