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이 본 세상]반항의 ‘태양족’에서 달관의 ‘사토리 세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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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2015년 日 청년들의 변화

일본 젊은이들의 초상은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시대에 순응하는 젊은 세대가 있는가 하면 기성세대가 만든 틀을 깨부수는 세대도 있었다.

일본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古市憲壽) 씨는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란 저서에서 일본 젊은이들의 변화를 소개하며 전후 첫 젊은이의 초상으로 ‘태양족’을 꼽았다.

일본 정치인 가운데 극우 중의 극우로 꼽히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도지사는 23세였던 1955년 ‘태양의 계절’이란 소설책을 내놨다. 고도성장시대 초기 젊은이들의 반항심리를 그린 소설로 등장인물들은 기존 질서에 구애받지 않는 행동을 일삼았다. 젊은이들이 소설의 등장인물을 따라하며 태양족이 탄생했다. 태양족은 선글라스를 끼고 해수욕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돌아다녔다. 젊은 남녀들이 거리낌 없이 혼숙을 했고 성 관념도 문란했다.

1964년 무렵에는 ‘미유키(みゆき)족’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들은 롱스커트로 몸을 치장하고 커다란 쌀 포대를 안고 돌아다녔다. 당시는 쌀 포대를 든 게 ‘멋있다’고 여겨졌다. 애초 이들이 도쿄(東京) 긴자(銀座) 미유키 거리에 자주 모였기에 미유키족이란 별명이 붙었다. 경찰은 토요일 오후 미유키족들을 연행해 경찰서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유흥가 주변을 서성이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 풀어주기도 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고도성장을 시작한다. 연평균 10%를 넘는 성장을 했다. 라디오와 TV가 각 가정에 보급됐다. 반항아 이미지의 젊은이 모습이 점차 사라져갔고 새로운 유형의 젊은이들이 떠올랐다.

1975년 히라노 히데아키(平野秀秋)와 나카노 오사무(中野收) 씨가 펴낸 ‘카피 체험의 문화’라는 책은 ‘캡슐 인간’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라디오나 레코드 등 정보기기에 둘러싸인 채 개인 공간에서 빠져 사는 고독한 젊은이들을 묘사한 것이다. 이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 젊은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1990년대에는 ‘젊은이론의 종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족이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지 않았다. 2000년 들어 일본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자동차 등을 잘 사지 않는 ‘소비혐오족’, 물질이나 출세에 대한 욕심을 버린 ‘사토리(さとり·깨달음, 득도)세대’ 등의 용어가 등장했다. 최근 들어서는 불황만 경험한 ‘불황세대’가 일본 젊은이들의 주류를 이루는 추세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미유키족#캡슐 인간#사토리 세대#불황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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