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리아 폭격, 비핵화 회담 앞둔 김정은에 던지는 경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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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4일 영국 프랑스와 함께 시리아의 화학무기 시설 3곳을 정밀 타격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거점지역에 화학무기로 의심되는 공격을 한 데 대한 응징 차원에서 화학무기 시설을 목표로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무기 105발을 발사해 목표 3곳에 명중시켰으며 민간인 사상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트위터에 “완벽하게 실행된 공격이었다”며 ‘임무 완수’를 선언했다.

이번 폭격은 시리아의 자국민에 대한 반인류적 전쟁 범죄, 즉 화학무기 공격에 맞서 화학무기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제한적 군사작전이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엔 엄중히 경고하면서도 전쟁 확대 같은 사태 확산은 막기 위한 절제된 군사력 사용이었다.

시리아 폭격은 북한 김정은에게 던지는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압박과 대화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연출하면서도 시종 일관되게 빠뜨리지 않은 대목은 ‘대북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리아 폭격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대북 군사 옵션의 하나로 거론됐던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작전’의 생생한 사례가 될 것이다.

물론 8년째 내전이 계속되면서 국제전 양상으로 번진 시리아와 북한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북한과 시리아는 현대사에서 유례가 드문 부자 세습 정권이라는 공통점에다 양국 간 탄도미사일, 화학무기 ‘검은 거래’가 드러난 불량국가의 대표 격으로도 악명이 높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거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추구한다면 미국은 가공할 군사적 파괴력으로 응징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이번 폭격을 통해 명확히 보여줬다.

한편으로 시리아 폭격은 김정은에게 핵무기를 더욱 단단히 붙들고 있어야 그런 공격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또 다른 오판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비록 김정은이 비핵화 용의를 밝히고 대화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언제든 변심할 수 있다. 하지만 핵을 끌어안은 채 미국과 대결하면서 김정은 정권이 생존을 이어갈 순 없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완전한 비핵화는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비상구임을 김정은은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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