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테러로 몇명 죽일수 있나”… IS의 인간성 말살 교육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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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지역서 어린이들에게 세뇌교육
수학책엔 총 탱크 군인으로 가득… 십자가 닮았다며 더하기 부호 삭제
과학-음악-지리 등 과목 없애고 이슬람 율법-극단주의 사상 가르쳐
일부 어린이엔 실제 무기 사용법도… 대부분 정신적 트라우마 시달려

‘자동차를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로 죽일 수 있는 불신자 수는 총 몇 명인가?’

‘한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폭탄 수는 몇 개인가?’

이슬람국가(IS)의 지하디스트(전사) 훈련 교본에 나와 있는 내용이 아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학 교과서의 내용이다. 어린이용 수학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동물, 나무, 꽃 그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자리는 총, 탱크, 군인의 그림으로 채워졌다. 심지어 일부 수학 교과서에선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덧셈 부호(+)도 지웠다.

이처럼 IS가 점령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어린이들에게 주입시키기 위해 시도했던 호전적인 교육 정책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이라크 사회가 다시 한 번 경악하고 있다. 동심을 적대심으로 물들게 한 것은 교육을 이용한 ‘만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7일 CNN에 따르면 이라크에선 IS 점령지 어린이들이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IS 점령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았을 뿐 아니라 극단주의와 폭력에 상당 부분 노출됐기 때문이다.

IS는 수학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 철저하게 극단주의를 주입했다. 사회와 지리 같은 과목 대신 이슬람 율법과 극단주의 사상 등을 가르쳤다.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IS는 과학과 음악 등과 같은 과목들도 금지시켰다. 또 체육 시간에는 일종의 군사 훈련 교육을 시켰다. 일부 어린이들에게는 실제 무기 사용법도 가르쳤다. 서구나 대중문화적 요소를 담은 책과 교육 자재들도 모두 파괴했다.

IS로 인한 이라크의 교육위기를 취재해 온 스페인 출신 사진작가 디에고 산체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린이 교육을 정상화하기까지) 여전히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오랜 전쟁으로 학교 시설이 대부분 파손된 점도 큰 문제다. IS는 이라크 정부군과의 대결에서 밀리면서 학교를 사령부와 숙소 등으로 활용했다. 시설이 보존된 일부 학교의 경우 IS 전사들이 철수하면서 부비트랩(위장 폭탄)을 설치해 놓았다.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들은 이라크 학교 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지만 IS 점령지 어린이들의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현상은 사실상 해결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IS의 수도이며 사실상 마지막 핵심 거점지인 시리아 락까에서도 IS가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은 17일 시리아 관영 사나통신을 인용해 시리아 정부군이 락까 남부의 유전지대를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정부군은 “육군이 데이르에즈조르 서부와 락까 남부의 마을 다수와 유전을 탈환했다”며 “IS 차량 수십 대를 파괴하고 외국인을 포함한 지하디스트들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IS와 싸우고 있는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 민주군(SDF)도 이날 락까 남서부 외곽의 알 야르무크 지역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SDF가 락까의 약 35%를 탈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락까 탈환전이 모술 때보다 더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락까는 면적이나 인구수 면에서 모술보다 작고, 상대적으로 시가지가 밀집해 있지 않아 민간인 피해를 의식하지 않고 공격하기에 용이한 지형이기 때문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is#교육#인간성#기독교#중동#테러#시리아 민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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