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 더 일한만큼 보상해 금연 유도” “근무시간보다 실적, 커피타임은 괜찮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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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AIR 편집국]日기업, 비흡연자에게 6일간 휴가 더 준다는데… 편집회의 갑론을박

흡연하는 시간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7일 동아일보 지면 편집회의에서 든 의문이다.

편집국장이 외신 뉴스를 소개하면서 좌중에 의견을 구한 게 발단이었다. “비(非)흡연자에게 휴가를 더 준다고?”

기사는 일본 도쿄에 있는 한 마케팅회사의 사연이었다. 흡연 직원들의 담배 피우는 시간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비흡연 직원들에게 추가로 6일간의 보상휴가를 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흡연자들이 담배 피우러 가는 시간만큼 비흡연자가 더 일하는 것’이라는 직원 불만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란다. 29층에 있는 이 회사 직원이 한 번 흡연하러 나갔다 오는 시간은 평균 15분. 하루 두 번 자리를 뜨면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2시간 반이 사라진다.

정책사회부장이 운을 뗐다. “예전에 저도 담배 피우러 나가니까 당시 한 선배가 진지하게 지적했어요. ‘자네는 도대체 언제 일하나.’ 그때 참 당황스러웠네요.”

“건물 안에서 피우게 하면 힘들게 들락날락하겠느냐”는 의견이 나오자 국제부장의 말이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 서울 거리를 보면 한국 남자들은 거의 다 담배를 피우는 줄 알걸요? 거리 곳곳에 떼로 모여 연기를 뿜고 있으니까요.”

신문사야말로 20여 년 전만 해도 담배 연기의 ‘소굴’이었다. 하지만 이젠 금연건물이 돼 삼삼오오 담배를 피우러 나가 자리를 비운다.

몇 해 전 ‘흡연 인생’에 종지부를 찍은 오피니언팀장이 말했다. “비흡연자에게 혜택을 주기보다는 흡연자가 담배 피우느라 까먹은 시간을 보충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침에 일찍 출근하거나 야근을 하거나.”

반대로 ‘채찍보다 당근’이라며 금연과 보상휴가를 연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아니, 그걸 왜 회사가! 정기휴가 때 각자 끊으면 될 일을.” “그런데 휴가는 다 쓰고 있나요.” 급기야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따로 일하면 어떨까”라는 다소 ‘급진적’ 아이디어도 나왔다.

토론의 용광로가 활활 불타올랐다. 경제 담당 부국장의 말. “기업은 실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지, 산업혁명시대 테일러주의(노동과정의 통제)도 아니고. 지식사회에 걸맞지 않아요. 담배 한 대 피우고 와서 차분하게 생산성 높일 수 있다면 왜 못 피워요.”

술은 끊어도 담배는 못 끊는다는 30년 애연가 문화부장의 하소연도 있었다. “간접흡연의 문제점은 인정해요. 하지만 살길을 열어 주지 않고 무조건 끊으라니, 생쥐를 궁지로 몰아넣는 형국이에요.”

성공적인 금연정책의 한 사례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 회사는 제도 시행 뒤 직원 120명 중 비흡연 직원 30명이 휴가를 신청했고, 흡연 직원 4명은 담배를 끊었다.

토론은 결국 일본 기업의 사례처럼 비흡연자에게 휴가와 수당 같은 인센티브를 줄 것인가, 아니면 흡연자에게 보충 업무와 월급 삭감 등 페널티를 줘야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페널티로 간다면 또 다른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담배 피우는 시간과 커피 마시는 시간은 또 어떻게 계량해 구분할 것인가?”

어쩌면 이건 흡연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관리의 문제일 수도 있다. 흡연자들이 끼리끼리 담배 피우러 갈 때 정보와 인간관계에서 배제되는 것 같다는 소외감을 호소하는 비흡연자들도 있지 않던가.

경제학자 에드와도 포터는 “가격은 정해지는 방법과 사람들이 반응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려준다”고 했다. 과연 흡연 시간의 가격은 정확히 흡연 시간에 비례할까.

정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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