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잿더미가 돼버린 고대유적…“IS가 역사를 불태워 버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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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 함께 사라진 인류 문화유산
우상 숭배-이교도 문화 이유로 IS, 역사적 유적들 대량 파괴
모술, 이젠 ‘역사의 단절’ 지대로… 메소포타미아 유적도 폐허로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지난달 개봉한 영화 ‘미이라’의 주인공 모튼 상사(톰 크루즈)는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의 미군 정찰병인 동시에 고대 유적에서 보물을 훔쳐 암시장에 내다 파는 도굴꾼이다. 영화는 미 공군의 폭격으로 모술의 지하에 묻혀 있던 고대 이집트 유적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모술에 고대 이집트의 미라가 묻혀 있다는 설정은 다소 황당하지만 모술 지역은 고대 아시리아 유적을 비롯해 수많은 유물을 품고 있다. 티그리스강 서안에 있는 이 도시는 6세기부터 아랍어로 ‘연결 지점(the link)’이라는 뜻을 가진 모술로 불렸다. 모술에는 수세기에 걸쳐 아랍, 아시리아, 쿠르드, 터키 등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며 모스크와 교회, 사당, 성지 등 역사적 흔적들을 남겼다.

그러나 2014년 6월 이슬람국가(IS)에 의해 함락되면서 모술은 더 이상 연결 지점이 아닌 역사적 ‘단절 지점’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IS는 우상 숭배와 이교도 문화라는 이유로 모술의 역사적인 유적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최근 CNN은 이 같은 IS의 반달리즘(예술품 및 유적 파괴 행위)이 “지역 주민들을 위협하고, 종교적 차이를 없애고, 국제적인 관심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모술 점령 초기 IS는 대표적인 기독교 유적인 ‘선지자 요나의 무덤’을 폭파시킨 것은 물론이고 수니파들이 섬기는 예언자들의 사원도 파괴했다. 당시 주민들이 인간사슬을 만들어 간신히 파괴를 막았던 알 누리 사원의 상징 ‘알 하드바 미나레트’마저 지난달 IS의 퇴각 과정에서 폭파됐다. 지은 지 844년 된 높이 45m의 이 첨탑은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처럼 한쪽으로 기울었는데 예언자 무함마드가 승천하면서 그 방향으로 기울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IS는 이슬람 종교와 이라크 민족의 상징까지 가차 없이 파괴했다.

IS의 또 다른 근거지인 시리아의 고대 유적도 폐허로 변했다. 지난해 10월 시리아 북동부 탈아자자 지역의 메소포타미아 유적은 절반이 IS에 의해 파괴됐다. 마몬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이 야만인들이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를 불태워 버렸다”며 “50년간 고고학적 발굴이 필요한 유물들이 두세 달 만에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올해 초에는 IS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시리아 고대 도시 팔미라의 로마 원형극장과 테트라필론(기념문)을 파괴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안겨줬다. 시리아에는 팔미라 유적을 비롯해 알레포의 고대 도시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만 6곳이지만 대부분 훼손됐다. 최근에는 국제연합군이 시리아 락까 탈환을 위해 고대 유적인 라피까 성벽을 파괴하기도 했다.

세계은행(WB) 등에 따르면 이라크와 시리아의 재건 작업을 위해 수십 년간 최소 300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 같은 비용에 파괴된 유적들의 가치는 반영돼 있지 않다. 역사적인 유산은 생존을 위한 인프라와 달리 더 나은 모습으로 복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0년도 못 사는 인간들이 수천 년을 간직한 역사적 유산들을 말살할 자격이 있을까. 멀게는 인류의 뿌리를 훼손하고 가깝게는 한 세대의 추억을 짓밟는 IS의 파괴 행위는 인체로 치면 치명적인 암세포와 다를 바 없다. 연합군이 모술에 이어 락까를 탈환한다고 해도 후유증은 클 것이다. 메소포타미아가 하루빨리 연결과 공존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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