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이 위험해요” 경찰 부른 AI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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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마존 가정용 AI비서 ‘알렉사’ 권총 위협하는 남성 911에 신고
애플 ‘시리’와 연동해 연락했을수도

미국에서 가정용 인공지능(AI) 비서가 주인을 폭행하는 남성을 긴급신고시스템 911에 연락해 경찰이 체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인근 마을에서 에두아르도 바로스 씨가 여자친구와 그의 딸을 권총으로 때리고 쏠 것처럼 위협하다 체포됐다.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출동하도록 911 가정폭력센터에 문자를 발송한 것은 가정용 AI 도우미였다.

경찰은 당초 “‘아마존 에코’(사진)에 탑재된 AI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Alexa)’가 신고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에코는 가정용 음성인식 도우미 장치로 2014년 11월 출시된 이래 1000만 대 이상 팔린 히트 상품이다. 가격은 180달러(약 20만7000원). 하지만 아마존 측이 “알렉사에는 911에 직접 연락하는 기능이 없다”고 설명하자, 경찰은 “알렉사인지 확정할 수 없지만 인공지능 비서가 연락한 것은 사실”이라고 발표 내용을 정정했다.

전문가들은 에코가 애플의 인공지능 비서 ‘시리(Siri)’ 또는 구글의 모바일 메신저인 ‘그룹미(GroupME)’ 등에 연동돼 있을 경우 911에 연락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피해자가 방에 설치된 에코를 향해 “알렉사, 911에 신고해”라고 외치자 경찰 신고 기능이 없는 알렉사는 다시 시리에게 연락해 신고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시리에는 범죄 신고 기능이 있다.

미국에서 AI의 활용도는 매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는 지난달부터 ‘공정한’ AI 면접관을 도입했다. AI는 수십만 건의 입사 지원서를 검토해 후보자를 추려내고 면접 때엔 지원자가 대답하는 모습을 관찰해 적합한 사원을 뽑아낸다. 하지만 AI가 인사까지 좌우하면 머지않아 사원들의 실적을 면밀히 분석해 자동으로 해고 통보를 날리는 ‘냉혹한’ AI도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우려를 감안한 듯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은 인간 친화적인 AI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10일 밝혔다. 그동안 AI 개발이 기술적 진보에 치중됐지만 앞으론 사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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