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김영춘]넓어지는 韓-인도 바닷길, 해양 대국 앞당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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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19세기 대표적인 여행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는 80일 만에 세계를 한 바퀴 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2만 파운드의 거금을 걸고 여행에 나선다. 소설에서 포그 일행은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수에즈 운하를 거쳐 인도의 뭄바이항에 도착한다. 이 경로는 당시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최단거리 바닷길이자 여행객이 거치는 필수 관문이었다. 당시 인도는 동서양을 잇는 바닷길의 길목이자 중심 교역지였다.

이러한 지정학적 이점과 국가적인 지원에 힘입어 오늘날 인도는 해양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2015년 발표한 국가계획 ‘사가르말라 프로젝트’에 따라 인도는 현재 해양산업 관련 15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10년간 4조 루피(약 72조 원)를 투입해 항구를 현대화하고 항구 인근에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와의 협력 관계도 공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국은 2016년 4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해양투자박람회에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끄는 대규모 민관 대표단을 파견해 파트너 국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2년 전 뭄바이에서 타올랐던 협력의 성화(聖火)가 올해 4월 10일 다시 한 번 불을 밝혔다. 아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국제 무역항인 부산에서 열린 ‘한-인도 해양협력포럼’에서다. 이번에는 인도를 대표하는 해운·도로교통부 장관과 기업인 등 인도의 민관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포럼에 참석한 항만개발, 해운물류, 해양플랜트 등 양국의 해양산업 전문가들은 양국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협력 사업을 논의했다. 해양 분야의 기업 간 거래(B2B)를 위한 미팅도 추진됐다. 이를 통해 우리 해양기업은 인도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활로를 개척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인도 대표단은 부산항, 조선소 등 현장을 돌며 한국의 우수한 항만 개발과 운영 기술을 둘러봤다.

이번 포럼에서 양국 해기사(海技士) 교류를 위한 ‘한-인도 해기사면허 상호인정 협정’ 체결식도 열렸다. 한국과 인도의 해기사는 세계 선원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협정으로 상대국의 해기사 면허를 자국과 동등한 자격으로 인정해줘 양국 해기사의 자유로운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2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양국의 인연을 강조하며 “항만 등 해양산업을 비롯한 유망 분야에서의 협력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부산에서 열린 이번 포럼이 바다를 통한 한-인도 협력의 불씨를 댕길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희망의 바닷길인 ‘신(新)실크로드’ 시대가 열리기를 희망한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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