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로운 韓中 경협 ‘사드 이전’과는 확 달라져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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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경색됐던 한중 상품교역과 문화교류를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31일 양국이 발표한 ‘사드 합의’와 이틀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밝힌 양국관계 복원에 이어 경제협력 방안을 조율한 것이다. 이에 앞서 열린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동남아 국가와 교통 에너지 등에서 공조하는 ‘미래 공동체 구상’을 제시했다.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과의 경협을 재개하는 동시에 신남방정책의 핵심인 아세안과의 교역을 미국과 중국 수준으로 확대하는 균형외교의 일환이다.

작년 7월 이후 사드 보복에 따른 우리 기업의 피해가 13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마당에 한중 경협이 재개된다면 기업의 불안감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돌아오고 한류가 살아나는 단편적인 호재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사드 갈등 완화로 새로 시작하는 한중 경협 국면에서 정부와 기업의 태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지금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들여와 조립 수출하는 가공무역 단계에서 벗어나 중간재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하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시작한 시진핑 집권 2기는 수출에서 내수 주도로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본격화할 것이다. 중국의 내수 시장이 커지는 만큼 우리는 제조업에 치중됐던 수출품목을 서비스 분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2년 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당시 올해 말까지 서비스와 투자 부문 후속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만큼 관련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

완성형에 근접하고 있는 중국 산업 구조에서 기술력 없는 외국 기업이 생존하기는 어렵다. 이미 중국 기업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글로벌 순위를 다투는데도 삼성전자의 대중(對中) 매출이 줄지 않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 덕분이다. 정보통신기술 분야뿐 아니라 바이오, 환경에서 기술력을 높여야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을 판로로 활용할 수 있다.

민관은 시장 다변화로 중국 의존도도 줄여 나가야 한다. 과거 중국이 한국에서 반도체 부품을 들여가 완제품으로 조립해 재수출했던 무역구조가 고스란히 동남아로 옮아갔다. 아세안과의 경협 확대는 글로벌 수출시장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협은 당사국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제대로 작동한다. 지난 1년 4개월 동안의 사드 보복은 중국의 산업 재편과정에서 더 이상 한국 기업이 필요 없다고 중국 측이 봤기 때문에 나타난 필연적 현상일지 모른다. 아무리 우리가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긴요하다는 이유로 경제문제에서 한수 접어주더라도 중국이 자국의 실질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제2, 제3의 사드 보복은 재발할 수 있다.
#문재인#리커창#사드#한중 자유무역협정#한중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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