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테러에 대처하는 자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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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7일 영국 런던에서 지하철과 2층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 4곳에서 연쇄적으로 폭탄이 터졌다. 출근길 참사로 50명이 넘는 시민이 숨졌다. 그 전해 3월 11일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통근 열차 4대에서 폭탄이 터져 190명 넘게 희생됐다. 2001년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민항기로 미국 뉴욕의 쌍둥이 빌딩을 공격한 ‘9·11테러’에 이어 ‘7·7테러’ ‘3·11테러’로 불렸다.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했다고 알카에다가 보복한 것이다.

▷7·7테러는 영국이 이슬람 극단세력에 처음으로 당한 자살 공격이었다. 하지만 런던 시민들은 겁을 먹긴 했어도 공포에 질리지는 않았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침착하게 일상의 질서를 유지했다. 지하철은 하루 만에 정상 운행했다. 9·11테러 때 미국 워싱턴에 있었다는 한 영국인은 미국인들이 공황상태에 빠졌던 것과 너무 비교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영국인 특유의 침착함이 참사를 극복하는 힘으로 작용한 것이다.

▷2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하는 테러가 일어났다.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들을 겨냥한 공격으로 한동안 교통이 통제됐지만 곧 일상으로 복귀했다. 이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우리는 두렵지 않다(#WeAreNotAfraid)’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테러 극복 의지의 글들이 줄을 이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카페 테라스를 겨냥한 무차별 총격 테러 직후에도 SNS에 ‘나는 테라스에 있다(#JeSuisEnTerrasse)’는 글이 계속 올라왔다.

▷과거 알카에다 테러나 요즘의 이슬람국가(IS) 테러는 무고한 민간인, 즉 ‘소프트타깃(Soft Target)’을 노려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테러 단체에 동조하는 ‘외로운 늑대’가 저지르는 테러는 사전에 차단하기도 어렵다. 이제 테러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세상이 됐다. 이번 런던 테러에서도 한국인 관광객 5명이 다쳤다. 테러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국격(國格)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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