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LG세탁기에 ‘최고 50% 관세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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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에 수입제한 세이프가드 발동
年120만대까지 20%, 초과땐 50%… 태양광 전지에도 최대 30% 관세
우리 정부 “WTO 제소” 무역분쟁

미국이 초강력 수입제한조치인 ‘세이프가드’를 한국에 대해 16년 만에 발동했다. 미국 내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인 한국산 세탁기와 한국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보는 태양광 전지 및 전지판(모듈)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국 정부가 즉각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함에 따라 양국 간 무역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부과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승인한 것은 2002년 한국산이 포함된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제한 조치를 한 후 처음이다.

이번 조치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으로 판매한 세탁기에 적용돼온 0.3%나 1%의 초저율 관세 혜택이 전면 폐지됐다. 미국은 그 대신 20% 이하의 세금을 매기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연간 120만 대로 제한하고 이 기준을 넘는 세탁기에는 고율의 세금을 부과한다. 120만 대까지는 올해 20%, 2019년 18%, 2020년 16%의 세율을 매기는 반면 120만 대 초과 물량에는 올해 50%로 중과세한 뒤 2019년 45%, 2020년 40%로 연간 5%포인트씩 내리는 방식이다. 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하는 외국 업체는 삼성과 LG뿐이어서 사실상 한국산을 겨냥한 보호무역 조치가 가동된 셈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미국 내 세탁기 판매로 약 2조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된 태양광 전지와 모듈에 대해 판매량 기준 2.5GW(기가와트)까지는 관세를 면제하는 반면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올해부터 4년 동안 15∼30%의 관세를 매긴다.

당초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세탁기는 세이프가드에서 배제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은 한미 FTA 덕에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판 세탁기 물량만큼은 초저세율이 유지될 것으로 봤지만 USTR는 한국산조차 세이프가드 대상에 넣었다.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하남 내 한 대형마트 매장에서 고객들이 세탁기를 둘러보고 있다. 동아일보 DB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하남 내 한 대형마트 매장에서 고객들이 세탁기를 둘러보고 있다. 동아일보 DB
이런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 한국은 미국이 과거 잘못 부과한 반덤핑 관세를 상쇄할 정도의 보복관세를 매기는 방법으로 맞대응하기로 했다. 미국은 2013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물렸다가 2016년 WTO에서 덤핑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의 통상 갈등은 이제 전면전이 시작됐다”며 “세이프가드에 맞서 한국도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세이프가드(Safeguard) ::

특정 품목의 수입이 크게 늘어 자국 산업에 큰 피해가 생길 때 한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조치.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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