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냉장고-자동차-SSD도 안심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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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호무역 공세]냉장고 美점유율 세탁기와 비슷
자동차, 트럼프가 ‘불균형 1호’ 지목… SSD, 美경쟁사 제소로 조사 착수

16년 만의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미국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한 번 더 확인된 가운데 국내 제조기업들은 이번 불똥이 다른 분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미국 업체들이 “우리도 외국산 제품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추가로 청원을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월풀은 이미 2011년 4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해 “프렌치도어 냉장고를 원가 이하에 팔고 있다”며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한 바 있다.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듬해 4월 “미국 관련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나 위협이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북미 시장 냉장고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 현재 한국산 세탁기만큼 올랐기 때문에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ITC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도 들여다보고 있다. ITC는 이달 19일(현지 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인 비트마이크로의 제소에 따라 삼성전자 등이 메모리 관련 특허권을 침해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SSD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대체할 차세대 대용량 저장장치로 노트북과 서버 등에 활용된다. 삼성전자가 30%대의 독보적인 글로벌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한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등의 카드로 자동차 업계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 분야를 대표적인 무역 불균형 사례로 지목해 왔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자동차에는 관세가 없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이 한미 FTA 개정 협상 등을 통해서 자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무관세 혜택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던 국내 완성차 업계는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부활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글로벌 업체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마당에 미국마저 이러면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국산 자동차 부품을 미국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경우도 있어서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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