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돌아간 김정은…푸틴에 어떤 약속 받았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6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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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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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비(非) 선의적인 태도를 취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지경”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전했다. 하노이 합의 결렬 이후에도 빅딜 압박을 유지하는 미국에 대해 ‘비핵화 대화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위협한 것. 동시에 북한 매체들은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하루 앞두고 한국 정부에 “좌고우면 말라” 등의 불만을 터뜨렸다. 김 위원장은 2박 3일간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3시경(현지시간) 귀국 특별열차에 탑승했다.

● 판문점 선언 1주년 하루 앞두고 “모든 것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한 뒤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최근 조선반도와 지역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또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압박 기류에 변화가 없으면 군사적 도발을 포함해 대응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위협한 것. 전날 푸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6자 회담’ ‘체제 보장’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한국 정부에 대해선 “시대 흐름을 정확히 읽고 좌고우면 하지 말라” 며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다.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북남선언이행에서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통해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다른 일에 신경을 쓰면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했다.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 보조를 맞추고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했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하루 앞두고 한국과 미국의 제재 공조에 동시다발적인 불만을 터뜨린 셈이다.

●푸틴 방북 약속까지 받고 웃으며 돌아간 김정은

도착할 때 궂었던 날씨와 달리 26일 김 위원장이 떠날 때 블라디보스토크의 날씨는 화창했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진행된 환송식에 검정색 중절모와 코트 차림으로 등장했으며, 도착 때처럼 코트 안에 오른손을 집어넣는 제스처도 잠시 취하며 환하게 웃었다. 러시아 군악대는 북한 국가를 연주한 뒤 ‘아리랑’을 두 번 연주하며 ‘맞춤형 환송’을 했다.

북한 측 의전팀은 현장에 몰린 인파 규모를 파악하는 데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북측 의전 당국자는 김 위원장 도착 약 20분 전 역 앞의 거리의 통제 상황을 상부에 보고하며 취재진에게 들릴 정도로 “군중은 얼마 없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기도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예상됐던 일정의 절반 가량 소화하고 일찍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인테르팍스통신은 “김 위원장이 총 4개 일정을 소화하고 오후 10시에 떠날 예정이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계획이 축소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태평양함대사령부 인근 전몰용사 추모비에 헌화하고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방문한 바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단독회담 내용을 전하며 “(북러 정상이) 새 세기를 지향한 조로(북-러) 친선관계의 발전을 추동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조치들에 대하여 합의했으며, 당면한 협조 문제들을 진지하게 토의하고 만족한 견해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공동선언이나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지만 비핵화 및 경협과 관련해 북한의 요구를 러시아가 일정 부분 수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편리한 시기에 북한 방문을 초청하자 푸틴 대통령이 “쾌히 수락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블라디보스토크=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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