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유해 운구함 판문점서 北에 전달… 오산기지로 옮긴뒤 하와이로 향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주한미군 “송환 준비 끝냈다”

주한미군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미군 유해의 운구함(나무상자)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24일 밝혔다. 오산 공군기지에도 23일부터 유해 운구용 금속관이 대거 준비돼 송환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6·25전쟁 68주년인 25일이 ‘디데이(D-day)’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군 관계자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미 국방부의) 송환 개시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158구 또는 200여 구? 송환 규모 어떻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송환할 미군 유해가 최대 200여 구가 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미군이 북한에 전달한 운구함은 100여 개이고, 오산기지에도 158개의 금속관이 준비돼 다소 차이를 보인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발굴·보관해온 미군 유해들이 최근 최종 분류 과정에서 ‘정리’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200여 구로 봤는데, 유해 식별과 유류품 파악 등을 해보니 예상보다 실제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관계자가 방북해 분류 작업을 도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추후 미국이 유해의 정밀감식을 거치면 다시 변동할 개연성도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유해 발굴과 확인 기법이 뒤떨어져서 처음엔 200여 구로 미국에 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육로로 오산기지 거쳐 하와이행 유력

미군 유해의 ‘송환 루트’도 관심사다. 과거엔 판문점에서 북한군과 유엔군(미군)이 유해가 담긴 관을 1개씩 군사분계선(MDL)에서 인수 인계해 미군기지로 옮겨왔다.

이번에는 유해가 너무 많아 다른 방식이 예상된다. 운구함 100여 개를 차량편으로 판문점까지 옮긴 뒤 한꺼번에 유엔군 측에 전달하거나, 판문점을 안 거치고 육로(개성∼문산 간 도로)를 통해 오산기지로 ‘직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오산기지로 옮겨진 유해들은 금속관에 나눠 담긴 뒤 수송기에 실려 하와이 히캄기지의 미 합동전쟁포로실종자사령부(JPAC)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군 유해 송환 때는 판문점이나 용산 미군기지 등에서 유엔사 주관으로 송환 의식이 거행됐다. 이번엔 하와이로 출발하기 전 오산기지에서 송환 의식이 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군 유해들은 하와이 JPAC에서 유전자(DNA) 감식 등을 거쳐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인계될 예정이다. 군번줄이나 개인용구 등 유품과 함께 발굴된 유해는 신원 확인이 비교적 용이하다. 하지만 대부분 뼛조각뿐인 유해의 ‘주인공’을 찾으려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 한국군 유해 포함 가능성

북한이 송환하는 미군 유해에 한국군 유해가 섞였을 가능성도 주목된다. 6·25전쟁 때 북한의 격전지에서 미군과 함께 싸우다 전사한 한국군이 많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 미군이 병력 보충을 위해 징집한 카투사가 대표적이다. 6·25전쟁 동안 카투사 4만3000여 명이 참전해 8000∼9000명이 전사하고 6000여 명이 실종됐다. 전사·실종자 상당수가 북한 지역에 묻혔을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2002∼2005년 북한의 장진호 전투 지역에서 발굴한 미군 유해 226구 가운데 12구가 한국군으로 확인돼 2012년 5월 국내로 봉환된 사례가 있다. 당시 12구 가운데 2구는 미7사단 15전차대대 소속 김용수 일병과 이갑수 일병으로 신원이 확인됐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미군유해#주한미군#송환 준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