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센터 中설치 의무화… 중국인력 통해 기술 빼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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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국 진출 외국기업 지재권 침해 실태
IT업체 서버 중국내 마련 규정 등 법률-정책 동원해 기술 이전 강요
美, 반강제적 침해 행위 조사 초점

“중국의 정책과 관행, 법률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지식재산권을 훔쳐 가는지 조사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대통령 메모(presidential memo)를 통해 무역대표부(USTR)에 이같이 지시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와 기업들의 오랜 민원 사항이었다. 조사의 타깃이 짝퉁 혹은 모조품의 단속 차원이 아니라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정책과 관행, 법률’의 부당성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을 통한 첨단 기술 도용이다. 중국 당국은 중국에 진출하려는 일부 업종이나 기업에 중국과 합작하도록 하거나 중국 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도록 하고 있다.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 각종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

합작회사나 R&D센터에는 중국인 근무자나 연구 인력이 참여하게 돼 자연스럽게 중국 인력에게 기술이 이전될 수밖에 없다. 중국 진출을 대가로 노골적인 ‘시장과 기술 교환’ 방식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같이 교묘하게 이뤄지는 반강제 기술 이전 등이 이번 조사의 핵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개발된 특허 기술 등을 중국 내에 먼저 등록하도록 하는 것도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수법으로 지적된다. 한 전문가는 “중국 당국의 뜻을 거스르고 외국에 먼저 등록한 특허 기술을 중국에 들여와 쓰기 위해서는 혹독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6월 1일 발표된 중국의 ‘사이버보안법’은 중국 당국의 해외 인터넷 차단 장벽을 뚫는 가상사설망(VPN) 설치를 막고 있으며 ‘반강제 기술 이전’의 함정을 곳곳에 포함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국가의 기업들이 지난해 입법안이 나왔을 때부터 한목소리로 반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법은 중국에 진출한 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데이터베이스 서버를 중국에 두도록 규정했다. 한 전문가는 “IT 기업의 핵심 정보가 중국 당국의 감시하에 들어가게 하는 것으로 신종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변웅재 변호사는 “미국이 ‘슈퍼 301조’ 등을 꺼내 들고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나서는 것은 침해 피해 사례를 찾아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앞으로 이들 분야의 빗장을 풀어 중국 시장 진출의 단초를 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 시장 진출이 막힌 분야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영화 드라마 출판 등의 저작권 분야가 대표적이다. 현재 영화나 출판물들은 중국 정부가 지목한 한 기관을 통해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r&d센터#기술이전#사이버보안법#외국기업#지식재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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