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산은 減資, 대우조선 해법 ‘뜨거운 감자’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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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기관 “대주주부터 고통분담”… 정상화 방안 동의조건으로 내걸어
채권단 “작년 6000만주 이미 소각… 추가 감자, 고려할 가치 없어” 맞서
대우조선 청산가치 7% 그쳐… P-플랜땐 사채권자 출자전환 倍로

대우조선해양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의 ‘감자(減資)’가 대우조선 해법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우조선 회사채를 쥐고 있는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이 채권단의 정상화 방안에 동의하기 위한 조건으로 감자를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먼저 고통을 분담해야 투자자들도 손실을 감내하겠다는 주장이다. 반면 채권단 측은 “고려할 가치도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채권단과 사채권자 모두 대우조선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들어가면 원금의 7∼10%밖에 건지지 못한다. 양측이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에서 각자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 발표 이후 처음으로 내부 회의를 열고 감자 요구 등 대우조선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손실 분담 요구에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은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다.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A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산은이 감자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채무조정에 동의하면 사채권자들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셈이기 때문에 산은 감자 없이 사채권자들이 출자전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先) 산은 감자, 후(後) 채무조정’ 주장에 대해 채권단은 “감자 가능성은 제로”라고 일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은 지난해 11월 1조8000억 원 규모로 출자전환을 하면서 경영정상화 이전에 보유한 주식을 모두 소각했다.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모두 졌으니 더는 감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산은은 2015년 12월 유상증자를 하기 전에 갖고 있던 주식 약 6000만 주를 지난해 전량 소각했다. 유상증자 때 취득한 주식은 일반 주주와 같이 10 대 1로 감자했다. 그러나 사채권자들은 “앞선 감자와 별개로 산은의 추가 감자가 필요하다”며 산은을 압박하고 있다.

사채권자들이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더 큰 손실을 입을 것을 알면서도 채권단을 압박하는 이유는 국책은행의 손실도 같이 커지기 때문이다. 선주들의 계약 취소 사태가 벌어지면 선수금환급보증(RG)을 각각 2조6000억 원, 7조 원 보유한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도 큰 타격을 받는다. 수은은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출자 등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채권단도 쉽게 P-플랜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실사 결과 대우조선이 P-플랜에 가면 최대 40척의 선박이 취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물어줘야 할 RG는 3조 원 규모”라고 밝혔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이 ‘사채권자들이 채무조정에 동의하면 출자전환을 하겠다’는 확약서를 이달 말경 내기로 해 채권단이 사채권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시중은행의 손실 분담을 이끌어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도 P-플랜에 돌입할 때 예상되는 손실을 강조하며 사채권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청산가치는 7%에 그친다. 정상화 방안에서는 채권자들의 출자전환 비율이 △국책은행 100% △시중은행 80% △사채권자 50%이지만 P-플랜에 들어가면 청산가치를 고려해 이 비율이 90∼93%로 껑충 뛴다. 정상화 방안과 비교해 출자전환 규모는 2조9000억 원에서 3조4200억∼3조5340억 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사채권자들이 출자전환해야 하는 금액은 거의 두 배로 증가한다. 이 경우 산은 수은이 지원해야 하는 신규 자금 규모도 최소 3조3000억 원으로 정상화 방안보다 4000억 원 불어난다.

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 기자
#산은#감자#대우조선#청산가치#p-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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