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기업의 사회적 책임, 자율이냐 개입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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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기존 연구들은 사회적 책임과 기업의 성과(이윤 및 기업가치) 사이의 상관관계에 주목해 왔다. 한쪽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는 기업이 성과도 좋다고 주장한 반면에 다른 한편에서는 성과가 좋은 기업만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어 이 같은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반박해 왔다.

하오 리앙 싱가포르경영대 교수 등 연구진은 눈을 돌려 사회적 책임에 영향을 주는 기업 외적인 요소들, 그중에서도 법적 기원에 주목했다. 영미식 ‘보통법’ 전통이 있는 국가들은 주주를 중시하며 기업에 재량권을 주는 반면에 대륙의 ‘시민법’ 전통을 따르는 국가들은 이해관계자들을 우선시한다. 과연 이 같은 법적 기원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영향을 미칠까.

연구진은 114개국 123개 산업에 속한 약 2만5000개 상장기업의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ESG) 지수를 검토했다. ESG 지수가 높을수록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분석 결과 시민법(이해관계자 중시)에 기반을 둔 나라의 기업이 보통법(주주 중시) 전통이 강한 국가의 기업보다 ESG 지수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규모 자연재해(인도양 지진 및 지진해일)와 식품 안전(중국의 분유 관련 안전사고)과 같은 산업 스캔들에 대한 대처에 있어서도 시민법 국가 기업들이 보통법 국가 기업들에 비해 더 적극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보통법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시민법 국가 기업들의 경우 주주 소송 위험은 작지만 이해관계자 후생과 관련된 규제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사회적 책임 문제가 시민법 국가에선 규정의 영향을 받지만, 보통법 국가에선 사전적 재량과 사후적 합의에 달려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처럼 법적 기원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향후 우리나라의 재벌 개혁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독일처럼 시민법 전통이 강한 한국의 경우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재벌들이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고 있지는 않다. 헌법의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제119조 2항)을 향후 어떻게 개정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의 자율에 맡길 것인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나갈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ee.w@ajou.ac.kr
#기업#사회적 책임#dbr#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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