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중심 일자리정책 한계… 2월 신규 취업자 8년만에 최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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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지난해 12월 직원을 7명에서 5명으로 줄인 데 이어 최근 1명을 더 내보내고 일요일 영업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올랐지만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면서 경영 부담이 커졌다. 이 씨는 “영업시간을 더 줄여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신규 취업자 수가 8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공공부문 주도 일자리 확대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급해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고용 절벽을 타개하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책부터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구조조정 한파에 최저임금 충격

일자리 한파의 주된 요인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14일 발표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이 포함된 도소매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취업자 수가 9만2000명 줄었다. 아파트 경비원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 분야(3만1000명)와 음식점 종업원이 주를 이루는 숙박 및 음식점업(2만2000명)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모두 최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업종이다.

정부는 취업 부진의 원인을 계절적 요인에서 찾고 있다. 통계청은 “2월 강추위로 경제활동이 전체적으로 위축됐고 제조업과 농림업 취업자 둔화, 지난해 2월 신규 취업자 수가 36만4000명으로 많았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 재분배 수단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하는 정부로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감소가 무관하다고 보는 셈이다. 하지만 내수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고용이 부진한 만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원까지 꾸준히 올린다고 공언한 만큼 민간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쉽게 고용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조선업 구조조정 등 대규모 고용을 창출했던 일부 제조업이 어려워진 것도 고용 부진의 한 원인이다. 특히 이 기업들의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은 사업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경남 창원시에서 선박용 전기제품을 납품 및 설치하는 신모 씨는 “조선업이 살아날 기미가 없어 기존 직원을 유지하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 일자리 정책 구조조정해야


정부의 올해 일자리 창출 목표는 32만 명이다. 지난해 말 20만 명대로 떨어졌던 신규 취업자는 올 1월 30만 명 선을 넘으며 개선되는 듯했지만 1개월 만에 정부 목표치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표면적인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 등이지만 정부의 대책이 공공 분야에 집중되면서 민간의 고용 창출 의지를 전혀 끌어내지 못하는 점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2월 공무원 등 공공행정 분야 신규 취업자는 지난해 2월보다 6.3%(5만9000명) 늘어났지만 민간 분야의 고용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청년실업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전통 주력 산업인 제조업 쪽에서 고용 창출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재정으로 청년 고용을 늘리려 하지만 지난해 추경으로 만든 일자리의 절반인 3만 개는 노인 일자리였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고용 부진으로 한국 경제의 기반마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고용#일자리정책#최저임금#취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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