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개정 협상하는 한국 전략… 팩트 바탕 양국교역 성과 강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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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컨설팅사 매킨지의 케빈 스니더 亞太지역 회장

케빈 스니더 매킨지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해외에서 놀라운 성과를 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케빈 스니더 매킨지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해외에서 놀라운 성과를 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 일자리 문제 같은 국내 정치적 문제를 최대한 배제해야 합니다.”

세계 최대 컨설팅기업 매킨지의 케빈 스니더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51)은 18일 서울 중구 매킨지 한국사무소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오직 FTA가 양국 교역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팩트(사실) 위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니더 회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국 경제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선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 새 권력팀이 꾸려지는 시기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니더 회장은 영국 글래스고대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매킨지에서 28년 동안 일하면서 소비자, 유통, 공공부문 등 여러 분야를 담당했다. 영국, 아일랜드 사무소 대표와 주주협의회 고객위원회 의장을 거쳐 2014년부터 아태지역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스니더 회장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관할 국가들을 매년 한 차례씩 돌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기업이나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난다. 매킨지는 이번 스니더 회장의 방한도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스니더 회장과의 일문일답.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무엇인가.

“가장 첫 단계는 양국 교역의 ‘팩트 베이스(사실 기반)’를 명확히 짚는 것이다. 초기에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른 단계부터 정치적 요소들이 끼어든다. 두 번째는 교역 분야별로 그간의 실적을 짚어보고 향후 10년 치 전망 등을 분석해야 한다. 이 모든 수치들이 협상의 고려 요소다. 세 번째는 미국의 국내적 정치 사정 등 민감한 부분을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도 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 중이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까.

“현재 중국은 매우 민감한 시기다. 제19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렸고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권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시 주석은 자리를 공고히 하겠지만 그 아래 권력집단에는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새 권력팀이 꾸려질 것이다. 한국은 이를 분석해 접근해야 한다. 또 국내 정세가 안정되면 시 주석은 한국 등 주변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여력을 집중할 것이다. 중국은 매우 실용적인 나라다. 한국은 인내심을 갖고 변화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산업 분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 이슈다. 하지만 실체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신은 실체가 있다고 보는가.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지금 실체가 있느냐 없느냐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본질은, 디지털 혁명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촉발되고 있다는 것이고 이들의 총합이 4차 산업혁명이다. 센서를 이용하는 사물인터넷(IoT)은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제품을 추적하고 생산 공정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운전자를 대체하는 자율주행, 무인주행 기술도 현실화되고 있다. 소설에 나오는 일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변화가 빨라질수록 결국 사람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최근 대기업은 공장을 2배 증설해도 인력은 그만큼 늘리지 않는다. 일자리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1차, 2차, 3차 산업혁명 때도 그러한 질문들이 제기됐다. 우리가 연구한 바로는 앞으로 인간의 일자리, 직업 중 약 60%가 자동화, 무인화, 인공지능(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사람 사이에 대면이 필요하거나 인간의 판단, 분석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일자리가 있을 것이다. 대량생산 체제가 생겨났을 때도 공장에 투입되는 인력은 줄었지만 전체 사회의 경제적인 부가 크게 늘었고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났다.”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한국의 역할은….

“우선 중국의 경제는 더 팽창할 것이고 이를 막을 요인은 없다. 인도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세계 경제 순위는 1위 중국, 2위 미국, 3위 인도가 될 것이다. 일본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도 일본의 약점이다. 한국은 우선 인도의 발전 상황을 분석하고 서둘러 인도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아세안 지역의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매킨지#한미fta#컨설팅#케빈 스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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