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불똥 맞은 회계법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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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영업정지 철퇴 전전긍긍
5조원대 분식회계 방조 혐의… 금융당국 “3월까지 징계 마무리”
안진 “5월 1심 재판 결과 봐야”

삼일, 대우조선 운명 결정 부담
3월 발표할 2016년 사업보고서 ‘한정’이냐 ‘적정’이냐 내부 격론
“정책적 판단할 문제 떠넘겨” 지적

5조 원대 규모의 분식회계로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준 대우조선해양이 회계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당시 대우조선 외부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징계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진 측은 “고객사와 재계약 시점에 영업정지의 중징계를 맞게 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안진에 이어 현재 대우조선 감사를 진행 중인 삼일회계법인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 의견도 정하지 못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 “신속히 징계 확정” vs “5월 재판 결과 봐야”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3일 예정된 금감원 감리위원회에서 대우조선 분식회계와 관련해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제재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감리 결과와 제재 방안을 놓고 감리위원회 위원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웅섭 금감원장은 “이번 달 하순부터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안진에 대한 징계안을 최대한 신속하게 확정할 방침이다. 기업들은 회계법인과 감사인 계약을 3월 말에서 4월 사이에 맺는다. 징계가 늦어지면 기업들이 영업정지를 받은 안진과 일을 해야 하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진 측은 당국의 징계 강도와 시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객사와 계약을 해야 할 시점에 영업정지 같은 중징계를 받으면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말 대우조선을 감사한 회계사들을 분식회계에 가담한 혐의로, 안진은 관리 소홀과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 결과는 5월 중순에 나온다. 안진 측은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행정처분을 내리는 건 법리상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진 측은 분식회계 조직적 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개인의 잘못일 뿐”이라며 법인 책임을 부정한다. 진 원장도 “조직적인 묵인이나 방조, 지시 여부가 징계 수위를 결정할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해 법인 징계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회계업계 일각에서는 분식회계 주체인 대우조선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데, 감사인인 회계법인에만 영업정지를 부과하는 건 과도하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 대우조선 운명 삼일에 달려

국내 회계법인 중 1위인 삼일회계법인도 대우조선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삼일은 안진을 대신해 지난해 상반기(1∼6월)부터 대우조선 감사를 맡아 지난해 상반기와 3분기(7∼9월) 재무제표에 대해 ‘한정’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음 달 중 발표될 2016년 사업보고서를 놓고 내부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사의 연간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감사인이 ‘한정’ 의견을 제시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받게 된다. 삼일회계법인은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67)이 2015년 12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추가 분식회계가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일 관계자는 “2015년 재무제표에 문제가 생기면 지난해 재무제표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한정 의견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 재무제표의 문제점이 충분히 수정됐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적정’ 의견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채 만기와 수주난 등으로 위기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회계업계에서는 사실상 정부의 관리를 받은 대우조선의 운명이 걸린 만큼 금융당국이 전면에 나서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업계 고위 임원은 “금융위원회 등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판단할 문제인데 가이드라인도 없이 회계법인에 판단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박창규 기자
#안진#대우조선#삼일#회계법인#분식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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