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같은 브랜드라도 생산된 공장따라 평가 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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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 제조된 제품은 품질이 우월하다는 믿음을 준다. 정밀한 스위스제 시계, 견고한 독일제 기계, 화려한 프랑스제 화장품은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원산지 효과’를 얻고 있다. 그래서 경영학자들은 국가 브랜드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 이미지에 따라 소비자가 지각하는 제품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나라에서 생산되었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공장에서 생산되었는지도 소비자에겐 중요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의 창업 초기에 설립한 공장에서 제조된 물건은 정통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런 ‘원조 공장’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예일대 경영학자들이 나섰다. 이들은 253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리바이스 청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동일한 청바지가 △1906년 세워진 샌프란시스코 원조 공장에서 생산된 경우 △인근의 신규 공장에서 만든 경우 △해외 공장에서 만든 경우 각각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물었다.

응답자들은 원조 공장에서 만든 청바지는 평균 55달러를, 인근의 다른 공장이나 해외 공장에서 만든 청바지에는 각각 평균 46달러와 44달러를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국산인지 수입품인지보다 원조 공장 제품이냐 아니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청바지뿐 아니라 벨기에산 고디바 초콜릿, 프랑스산 루이뷔통 여행가방으로 실험했을 때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이 효과를 잘 이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미국의 허시는 자사의 ‘키세스’ 초콜릿이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공장에서 100년 넘게 생산 중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영국의 풀러스 맥주는 1845년부터 런던 템스 강변의 양조장에서 생산 중이라고 광고한다.

이는 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을 이전하는 한국 기업들에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첨단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도 그 제품이 맨 처음 생산된 장소에 대해서는 정통성을 부여한다. 경영자는 초심도 잃지 말아야 하지만 ‘초기 장소’도 잃지 말아야 한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경영의 지혜#경영#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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