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해빙 기류에도… 1년간 질린 기업들 ‘차이나 엑시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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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강력한 영업정지 방침에 지지부진하던 중국 롯데마트 매각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중단된 중국 여행사의 한국 관광상품,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중국 노선 등도 잇달아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얼어붙었던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 관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해빙 국면에도 1년간 사드 보복에 시달려온 유통업체들은 속속 중국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넥스트 차이나’를 준비하고 있다.

○ 중국 롯데, 고난의 1년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한국 기업은 롯데다. 롯데는 2008년 6월 네덜란드계 대형마트인 ‘마크로’ 8개점을 인수하며 중국 시장에 발을 디딘 뒤 지난해 초까지 마트 99개, 슈퍼 13개 등 총 112개 점포를 운영하며 승승장구했다.

상황은 지난해 2월 말 한국 정부가 롯데 소유의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최종 확정하면서 급변했다. 중국은 한국 정부와 롯데가 사드 부지 계약을 맺은 지 4일 만인 지난해 3월 4일 중국 롯데마트 4곳을 ‘소방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영업정지 시켰다. 이후 한 달간 99개 마트 중 87곳이 줄줄이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한중 정상회담, 지난달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도 변함없던 중국의 태도는 최근 들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더위안타이(德源泰)백화점이 전신으로 편의점, 호텔, 영화관, 여행사, 약품 도매, 물류 배송, 무역, 부동산 등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의 ‘리췬(利群)그룹’이 롯데마트 현장실사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인수 희망업체들은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서류 검토 단계에서 줄줄이 인수를 포기했다. 중국 정부가 영업정지 처분을 해제해주지 않으면 헛돈만 쓰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달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 사이트에 ‘한국’ 항목이 다시 생기고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가 1년간 중단했던 중국 노선을 재개하는 등 한중 경제협력 관계가 호전되고 있다는 징표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그럼에도 ‘차이나 엑시트’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 회복 기류에도 국내 유통업체들은 중국을 떠나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을 찾아 떠나는 추세다. 지난 1년간 중국의 일방적인 제재, 불매 운동을 겪으며 ‘넥스트 차이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 태국 CP그룹에 상하이에 있는 매장 5곳을 일괄 매각하며 중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한 뒤 한때 매장을 26곳까지 늘렸지만 사업부진으로 구조조정을 이어왔다.

CJ오쇼핑과 롯데홈쇼핑도 중국 사업을 접고 속속 한국으로 복귀하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오리온은 중국 법인 인력 1만3000명 중 약 20%를 감원하는 등 사업을 축소했다.

유통업체들은 중국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 중국만큼 매력적인 시장을 찾기 어렵지만 정치 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난 1년 동안 몸서리치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질렸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중국의 돌발 변수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가 꼽는 대표적인 ‘넥스트 차이나’는 베트남이다.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베트남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사업부에 이마트 베트남점 3, 4호점의 부지를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릴 만큼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인도네시아, 쿠웨이트는 물론이고 미국 등도 유통업체의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새 영토로 꼽힌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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